[Culture]‘대물’의 뜻이 원작에선 달랐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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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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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캐릭터-외모도 드라마서 확 바뀌어

SBS 드라마 ‘대물’의 주인공 고현정, 권상우, 차인표(위 왼쪽부터). 아래는 원작 만화 ‘대물’에 나오는 서혜림, 하도야, 강태산. 사진 제공 SBS·그림 제공 박인권 화백
SBS 드라마 ‘대물’의 주인공 고현정, 권상우, 차인표(위 왼쪽부터). 아래는 원작 만화 ‘대물’에 나오는 서혜림, 하도야, 강태산. 사진 제공 SBS·그림 제공 박인권 화백
요즘 국회의원들도 주목한다는 SBS 드라마 ‘대물’은 인기 만화 ‘대물’이 원작이다. ‘쩐의 전쟁’을 그린 박인권 화백(56)의 작품으로 스포츠신문에 연재됐었다.

드라마 ‘대물’은 여자 대통령 이야기지만 만화 ‘대물’은 제비의 무용담이 주를 이룬다. 4부까지 출간된 만화에서 2부가 여자 대통령을 유혹한 제비의 이야기인데, 이를 ‘15세 이상가’로 점잖게 각색한 것이 드라마 ‘대물’이다.

‘대물(大物·큰 물건)’이라는 제목이 뜻하는 바도 다르다. 드라마 제작진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大) 만들기(物)’ 프로젝트의 줄임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원작에서 대물은 주인공 제비의 ‘신체적’ 무기를 뜻한다.

○ 섹시한 로비스트 → 착한 아나운서

만화에서 서혜림은 ‘팜 파탈’형 로비스트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 재학 시절엔 극성 운동권으로 이름을 날렸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백악관 로비스트로 활약하다가 귀국해 통일 한국의 첫 대통령이 된다. 대통령이 되려고 살인도 마다 않는 냉혈한이다.

반면 고현정(39)이 연기하는 서혜림은 착한 외모에 착한 마음씨를 가진, 돈도 배경도 없는 서민 출신이다. 시골 방앗간 집 딸로 태어난 혜림은 아나운서가 되지만 남편이 아프간 취재 현장에서 납치돼 죽은 뒤 우여곡절 끝에 서민들을 위한 ‘착한 정치’를 내세워 정치판에 뛰어든다.

제작사 관계자는 “서혜림의 언변이 극을 이끌어 가는 주요 요소여서 아나운서 출신으로 설정했다. 실제 아나운서 출신 국회의원들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아나운서 출신 전현직 국회의원으로는 한나라당 박찬숙, 민주당 박영선,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있다.

○ 낭만 제비 → 열혈 검사

만화 속 주인공 하류의 직업은 ‘제비’다. 곰탕집 아들 하류는 ‘제비 짓’에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살다가 아버지와 검사인 형 도야가 권력자에게 억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을 계기로 ‘서혜림 대통령 만들기’에 뛰어든다. 하류는 자신의 ‘대물’을 이용해 정계와 재계 유력인사의 여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혜림을 돕는다. 일종의 ‘옴 파탈’인 셈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 하도야(권상우·34)는 제비 하류와 검사인 도야를 합쳐놓은 인물로 제비 출신 검사다. 동네 카바레에서 아줌마를 상대하던 ‘양아치’ 하도야는 아버지가 국회의원에게 굴욕당하는 모습을 보고 철이 들어 검사가 된다. 권상우는 제작보고회에서 “원작의 제비 하류가 연기하기는 더 쉬웠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 정치적 희생양 → 정치적 야심가

만화에서 국회의원 강태산은 비중이 작은 인물이다. 대통령의 양자로 미국 유학 시절엔 서혜림과 연인 사이였지만, 혜림이 하류의 아버지를 죽인 사실을 알고 이를 고발하려다 비명횡사한다.

드라마에서 차인표(43)가 연기하는 강태산은 정치적 야망에 따라 선과 악의 경계선을 오가는 인물로 서혜림의 정적이다. 처음에는 혜림을 돕지만 혜림이 대통령이 되자 탄핵을 주도한다. 제작사는 “서혜림을 정치로 이끌고 성장하게 하는 인물이어서 비중이 커졌다”며 “드라마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바뀐 ‘대물’에 대해 박인권 화백은 “15세 이상이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스포츠신문에 연재할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치 드라마이지만 정치적이기보다는 사람 이야기 위주로 갔으면 한다”며 드라마를 둘러싼 정치적인 논란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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