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물을 한병 1000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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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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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서울 지하철 강남역에 이색 자판기 설치
병당 9000원 보태 식수난 아프리카 돕기 이벤트

18일 오후 11시경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6번 출구에서 한 시민이 구정물이 담긴 페트병을 자판기에서 꺼내고 있다. 대우증권은 구정물 1병을 팔 때마다 판매가격 1000원에 9000원을 보태 식수난을 겪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18일 오후 11시경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6번 출구에서 한 시민이 구정물이 담긴 페트병을 자판기에서 꺼내고 있다. 대우증권은 구정물 1병을 팔 때마다 판매가격 1000원에 9000원을 보태 식수난을 겪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구정물을 병당 1000원에 판매합니다.”

마실 수 없는 구정물 판매가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화제다. 일반 생수보다 더 비싼 가격을 받고 파는데도 장사가 잘된다고 한다. 어찌된 일일까.

대우증권은 “먹는 물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구정물을 파는 기부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을 하던 중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식수 문제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과 이러한 기부 이벤트를 마련했다.

대우증권은 15일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6번 출구에 트럭에 장착한 이동식 음료수판매용 자판기 1대를 설치했다. 구정물 1병이 팔릴 때마다 판매가격 1000원에 9000원을 보태 병당 1만 원씩 기부할 예정이다.

판매 목표는 5000병으로 기부액은 50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대우증권은 다음 달 15일까지인 행사기간 중 5000병보다 덜 팔려도 5000만 원을 마련해 기부할 예정이다. 1000원이면 아프리카 어린이가 한 달 동안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게 대우증권 측의 설명이다.

대우증권의 색다른 기부 활동은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강남역을 찾은 시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SNS 전파에 힘입어 자판기를 설치한 이후 사흘 만에 500여 병이 팔려 나갔다.

18일 친구와 함께 직접 구정물을 구매한 장보미 씨(31·여)는 “트위터에서 보고 찾아와 구정물을 한 병 샀다”며 “기부 방식이 매우 기발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자판기 근처에서는 구정물을 산 후 친구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송석준 대우증권 마케팅부장은 “이번 ‘구정물 기부’는 대우증권이 벌이는 사회공헌 차원의 다양한 마케팅활동 중 하나”라며 “먼저 일반인들의 반응을 살펴본 뒤 언론을 통해 알리려고 했으나 트위터 같은 SNS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소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정물 자판기는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운영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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