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선진국’을 향해]<下>제1회 나눔대축제 가보니

동아일보 입력 2010-09-18 03:00수정 2010-09-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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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들렀다가 즉석 기부” 나눔 에너지가 펄펄 끓는다
500인분 비빔밥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앞 평화의 공원에서 ‘대한민국 나눔문화대축제’가 열렸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앞줄 오른쪽에서 5번째) 김학준 동아일보 고문(왼쪽) 등 각계 인사들이 나눔문화 확산과 사회통합을 상징하는 500인분의 대형 비빔밥을 만들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우리가 이렇게 노래하는 이유는 서로의 마음을 잇기 위해서겠죠.”

발달장애청소년합창단 ‘푸음세’ 아이들의 화음이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에 울려 퍼졌다. 광장을 가득 메운 77개 사회복지단체 130여 개 부스 자원봉사자들이 잠시 바쁜 일손을 멈추고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푸음세 합창단의 노래가 끝나자 광장을 찾은 시민 1000여 명의 환호와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종교계사회복지협의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후원하는 ‘제1회 대한민국 나눔문화대축제’가 이날 월드컵공원에서 열렸다. 18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번 행사는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사회복지 관련 행사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
○ 국내 최대 규모의 나눔축제

개막식인 ‘나눔문화대축제 선포식’에는 진수희 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이재오 특임장관, 정학윤 한나라당 의원 등 정관계 인사와 김학준 동아일보 고문, 김인규 한국방송협회장, 김득린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 윤병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 각계 500여 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소리 없는 기부왕’으로 알려진 가수 박상민 씨와 서영은 씨는 이날 나눔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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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장관은 개막공연에 이은 축사에서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국민의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가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공감도가 낮기 때문”이라며 “이때 필요한 것이 나눔이고 오늘 행사가 이런 나눔을 확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포식이 끝난 뒤 각계 대표들은 행사장 뒤에 마련된 대형 ‘나눔비빔밥’을 비벼 시민 900여 명에게 나눠줬다.

○ ‘봉사 베테랑’들의 축제

나눔대축제에는 전국 77개 사회복지단체에서 자원봉사자 500여 명이 참가했다. ‘희망zone’ ‘나눔zone’ ‘사랑zone’에 각각 배치된 봉사, 의료, 종교단체의 자원봉사자들이 시민들에게 나눔 활동내용을 소개하고 즉석 기부 약정을 받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예상 외로 많은 참석자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원불교 봉사단체인 ‘원봉공회’ 서울지회장 한차남 씨(61·여)는 올해로 봉사경력만 35년인 ‘봉사 베테랑’. 종교생활과 함께 시작한 봉사였지만 언제부터인가 봉사는 한 씨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됐다. “겨울이면 연탄 배달, 김장 담그기, 평소에는 저소득층 노인분들 집 청소, 탈북·다문화가정 청소년들 멘터링도 한다”는 한 씨는 “봉사에 중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 해외봉사도 다녀온 한 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은 2008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다. 원봉공회 사람들과 태안에서 100일을 지낸 한 씨는 “인재로 생업을 전폐해야 할 처지에 놓인 태안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뭐든 나눠주고 싶었다”고 했다.

봉사가 좋아 직업까지 내던진 사단법인 ‘희망의러브하우스’ 사무국장 이정호 씨(34). 그는 스스로를 ‘봉폐(봉사 폐인)’라 부른다. “부모님이 ‘화이트칼라’에서 졸지에 ‘블루칼라’ 됐다고 걱정 많이 하신다”는 이 씨는 5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희망의러브하우스 상근직원이 됐다. 희망의러브하우스는 저소득층의 집을 무료로 수리해주는 사회복지단체. 이 씨는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쉽지 않은데 난 일이 아주 즐겁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좋다”고 했다. 이 씨 등 자원봉사자들은 매주 월∼금요일 무료 수리 대상자를 선정해 계획을 짠 뒤 토요일 공사에 나선다. 하루 안에 공사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점심 먹을 때만 빼고 종일 서서 일을 해야 한다. “힘 남아있을 때 해야죠. 늙으면 못할 거 아닙니까.” 이 씨는 ‘봉폐’답게 말했다.

○ 다양한 봉사 이벤트

아기 살리는 모자 ‘대한민국 나눔문화대축제’에 참가한 ‘세이브더칠드런’ 자원봉사자들이 17일 빈곤지역 신생아들에게 보낼 모자를 뜨고 있다. 사진 제공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회복지단체들은 이틀간 부스를 열고 다양한 전시와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단법인 ‘월드쉐어’는 지난해 대지진을 겪은 아이티 아이들이 먹는다고 해서 화제가 된 ‘진흙쿠키’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행사를 열었다. 대한한의사협회 건강관리협회 등 의료단체들은 무료 검진을, ‘비전케어’ 등 시각장애인들을 돕는 단체는 일반인들이 장애를 체험하는 기회를 각각 제공했다.

자원봉사단체들은 현장에서 ‘나눔저금통’을 돌리거나 기부약정을 받았다. 유니세프, 위스타트 운동본부, 지역 복지관 등이 즉석에서 저금통을 만들고 이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빈곤지역 신생아들을 위해 모자를 뜨는 자리를 마련했고, 사단법인 ‘함께하는사랑밭’은 미혼모 아이들을 위해 ‘배냇저고리 짜기’ 행사를 진행했다. 배냇저고리 짜기 행사에 참가한 직장인 모진아 씨(27·여)는 “지나가다 의미 있는 행사를 하는 것 같아 들렀다”며 “아이들을 위해 배냇저고리를 짜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자원봉사자들과 일반 시민이 모여 한가위 송편을 빚고 콘서트를 연다. 주최 측은 ‘N마크’가 들어간 기업제품을 구매하면 기업이 그 금액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행복나눔N’ 공익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 “전화 한통이면 기부… 생각날때 바로 눌러요” ▼
축제 홍보대사 가수 박상민


대한민국 나눔문화대축제’에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박상민씨와 서영은 씨(왼쪽부터)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scoopjyh@donga.com
“이름만 걸어놓는 건 질색입니다. 나눔문화를 퍼뜨리기 위해 열심히 할 테니 언제든 불러만 주십시오.”

17일 열린 ‘2010 나눔문화대축제’ 개막식에서는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축제 홍보대사로 임명된 가수 박상민 씨(46)다. 박 씨는 연예계에서 널리 알려진 ‘기부왕’이다. 안타까운 사연을 들으면 수억 원에서부터 몇천 원짜리 소액 결제까지 번 돈을 아낌없이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수 생활을 하며 그가 기부한 금액은 알려진 것만 40억 원 정도. 나눔문화대축제 현장에서 만난 그는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닌데 괜히 홍보하는 것 같아 (기부에 대해선) 잘 얘기하지 않는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현재 기부 관련 단체 홍보대사직을 30여 개나 맡고 있다. 가수로서의 ‘본업’보다 관련 단체 행사로 더 바쁠 때가 많다고 했다. 박 씨는 “어린 시절 넉넉하지 않았지만 거리 노숙인 등을 볼 때마다 항상 식사를 대접하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저도 기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씨가 말하는 ‘나눔 노하우’는 간단하다. 생각날 때 바로 실행하라는 것이다. 그는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 집에서 ARS 전화 한 통이면 어디든 기부할 수 있다”며 “어려운 사연을 들으면 즉각 도와주는 게 가장 좋은 나눔 방법”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기부 연예인’ 맏형 자격으로 개인뿐 아니라 연예계 차원의 나눔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홍경민이나 브라이언, 이런 친구들하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돕는 자선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만드는 무대가 아니라 스스로 기획하니 굉장히 힘드네요. 좋은 단체하고 손잡고 꼭 콘서트 하겠습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음식 비누 화장지… ‘현물 기부’도 소중한 나눔 ▼
복지부 “생활용품 전반으로 기부품목 확대”


국내 기부문화의 ‘취약점’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현금 기부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푸드뱅크 등의 ‘현물 기부’를 좀 더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공동모금회로 접수되는 현금 기부액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1998년 214억 원에 불과했던 현금 모금액은 지난해 3318억 원으로 15배 이상 늘었다. 반면 현물 기부는 기업이든 개인이든 기부 방법을 잘 몰라 ‘나눔 의지가 있어도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지역에서 식품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 사장(58)은 “남는 제품을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고 싶지만 우리같이 작은 중소기업은 기부 방법을 잘 몰라 포기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287개 푸드뱅크 및 82개 푸드마켓은 기업 및 개인이 기증한 식품을 모아 저소득 취약계층에 나눠주고 있다. 지난해 식품기부액은 총 557억 원. 밥류와 떡류 등 주식을 비롯해 반찬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식품을 기부하면 된다. 전화(02-713-1377)나 전국 푸드뱅크 홈페이지(www.foodbank1377.org)에서 회원으로 가입하고 기부를 신청하면 된다.

보건복지부도 식품기부 활성화를 위해 관련 법률을 올해 하반기까지 개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식품 외에 비누와 화장지 등 생활용품 전반으로 기부 품목을 확대해 물품 기부를 늘릴 계획이다. 또 푸드마켓 25곳을 추가로 설치하고 식품기부함을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재배치해 기부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1사 1푸드뱅크 후원협약도 체결해 안정적으로 현물 기부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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