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GIFT]사라질 단선 철길… 잊혀질 열차… 경춘선 추억의 무궁화호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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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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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경춘선 패키지 여행

2002년 4월 모습인데 올 12월이면 복선전철 개통으로 더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 ‘어린왕자’ 테마파크인 경기 가평의 쁘띠프랑스. 사진 제공 쁘띠프랑스
2002년 4월 모습인데 올 12월이면 복선전철 개통으로 더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된다. ‘어린왕자’ 테마파크인 경기 가평의 쁘띠프랑스. 사진 제공 쁘띠프랑스
《연휴 전날(20일·월)과 그 다음 날(24일·금)만 휴가를 내면 18일(토)부터 26일(일)까지 9일을 내리 쉴 수 있는 황금 같은 올 추석 연휴. 그러다 보니 올 추석에는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평소와 달리 많은 편이다. 하지만 대개는 추석 차례로 연휴가 조각나 긴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게 마련. 그런 사람을 겨냥해 연휴 중에 다녀오도록 만든 추석 여행상품을 살펴본다.》
92.9㎞ 열일곱 개 역, 1시간 59분. 1937년 개통 이래 북한강변 철길 따라 서울∼춘천을 매일 10여 차례 오가는 경춘선 철도의 구간 거리, 역사(驛舍), 운행 소요시간이다. 철길은 73년 전 개통 당시 그대로 단선이다. 그러나 그 위를 달리는 열차만큼은 세 차례나 바뀌었다. 증기기관차에서 비둘기호, 비둘기호에서 통일호로, 다시 무궁화호로.

그런데 그 무궁화호도 올해 말이면 옛 단선 철도와 함께 사라진다. 12월 11일 개통될 경춘선 복선전철(전철화 구간 81.4km) 때문이다. 복선이라 함은 철길이 하나 더 생겨 현재의 일방통행이 동시 양방향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복선철로가 전철화되니 운행간격도 짧아진다. 현재 50분에서 15분으로 바뀐다. 게다가 내년 말에는 고속열차까지 투입된다. 그러면 운행시간은 40분대로 줄어든다.

이런 변화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속도가 발전의 기준이고 시간 절약이 세상사 미덕이니까. 하지만 ‘경춘선’만큼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그런 심정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경춘이 단순한 철길이 아니어서이다. 경춘선의 열차도 같다. 젊은 시절 그 열차를 타고 단 한 번이라도 춘천을 오갔던 사람이라면, 그래서 그 추억을 곱씹으며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같을 것이다. 경춘선은 마음의 열차다. ‘은하철도999’ 같은 상념의 열차다.

북한강에 가로놓인 경춘선의 단선철교 위로 춘천을 향해 달리고 있는 통일호 열차.
북한강에 가로놓인 경춘선의 단선철교 위로 춘천을 향해 달리고 있는 통일호 열차.
경춘선 철길과 그 위를 달리는 열차는 이미 북한강 정경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느릿한 경춘선 열차의 우아한 강변 질주’ 풍경이야말로 북한강을 상징하는 프로필로 편입된 지 오래다. 그런 경춘선이, 그런 북한강의 강변 철길이 전철화되고 그 길로 매초롬히 단장된 전철이 15분마다 촐랑거리듯 쌩쌩 거리며 달릴 모습이란…. 고즈넉한 북한강의 경춘선 모습을 보물처럼 고이 간직해온 사람에게는 일종의 테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옛것은 사라지기 마련. 사라지는 철길과 잊혀질 열차에 마지막 경의를 표해주어야겠다. 그러기에 이번 추석 연휴는 경춘선 철길에 이별을 고하기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왜냐면 가을이 깊어 북한강변의 산 빛마저 낡은 추억 속의 경춘선 빛깔로 변해버린다면 내 마음의 경춘선을 잃는 슬픔에 준비해둔 이별의 노래마저 부를 수 없게 될 것 같아서다. 이 즈음 산색은 한여름의 녹색처럼 되바라지지도 않고 다가올 가을을 숨긴 탓에 붉은 빛까지 은은하게 배어나와 사색의 대상으로 삼기에 좋다.

경춘선 열차를 타고 춘천과 가평을 돌아보는 패키지 여행의 일정은 1박 2일이다. 코레일관광개발이 만든 상품인데 엘리시안강촌 리조트에서 하룻밤 묶으며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과 쁘띠프랑스, 그리고 남이섬을 찾아가는 코스다.

이 중 쁘띠프랑스는 북한강이 보이는 언덕자락에 들어선 ‘작은 프랑스 마을’로 테마는 생텍쥐페리의 동명소설 ‘어린왕자’다. 프랑스풍 건물로 둘러싸인 중앙광장에는 생텍쥐페리의 일대기를 전시한 기념관과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소극장, 어린왕자 캐릭터상품과 팬시용품을 파는 기념품점이 있다. 또 이곳은 2008년 TV로 방영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촬영지로 극중 지휘자 강마에의 사무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은 들꽃과 나무가 한국식 정원에서 한 몸을 이루며 찾아오는 이에게 안식을 안겨주는 공간. 남이섬 역시 가족이 함께 나들이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공원이다. 숙박할 엘리시안강촌 리조트는 골프장과 스키장을 갖춘 현대식 리조트다.

○ 상품정보

▽출발=18, 19, 23, 24일(이후는 매주 화 금 토) ▽일정=청량리역(오전 8시 출발)∼청평역∼아침고요수목원∼춘천역(명동 투어)∼엘리시안강촌 리조트(숙박 및 조식)∼남이섬∼가평역∼청량리역(오후 6시 5분 도착) ▽가격(1인) △19, 23일=9만9000원(5인 1실)∼12만4000원(2인 1실) △18, 24일=10만4000∼13만4000원. 식사는 한 끼(조식)만, 연계 버스 및 입장료, 열차 승차권 및 숙박, 여행자보험은 포함. ▽문의 및 예약 △코레일관광개발=www.korailtravel.com 1544-7755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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