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당한 병사 민간치료중 복귀강요

동아일보 입력 2010-08-26 03:00수정 2010-08-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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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쓸수 있는 휴가 앞당겨 다 써… 거부땐 탈영 간주”
가족 “軍병원 못 믿겠다”… 전문의 “자해-자살 우려”
소속 부대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치료를 위해 민간 병원에 입원한 해병 2사단 이모 상병(22)에 대해 군부대가 “다음 달 1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탈영병으로 간주하겠다”며 복귀를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상병은 해병 2사단 본부대대 소속 운전병으로 근무하던 지난달 10일 참모장인 오모 대령에게 성추행을 당한 이후 두 차례 자살을 시도하고, 외상 후 장애 증상까지 보여 지난달 13일부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국방부는 문제를 일으킨 해병 참모장을 수사 중이다.

○ 군, ‘탈영병으로 간주하겠다’

25일 군인권센터와 해병대사령부 등에 따르면 이 상병은 성추행을 당한 후 지난달 13일부터 성폭력 연계 치료 프로그램이 있는 민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해병 2사단 측은 지난달 13일부터 이 상병을 휴가자로 처리해 치료를 위한 청원휴가 30일, 위로휴가 2일, 상병 정기휴가 10일 등 총 42일의 휴가를 쓰도록 했다. 이어 휴가 기간이 이달 23일 끝나자 다시 병장 정기휴가 9일을 앞당겨 쓰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이 상병은 다음 달 1일이면 더는 쓸 수 있는 휴가가 없어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 해병대사령부 측은 “복귀하면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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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측은 “국군수도병원에 정신과가 설치돼 있고 군의관들은 외상 후 장애 증후군 치료 경험도 있다”며 “이 상병은 수도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 이 상병 측, ‘군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상병의 보호자인 이모부 안모 씨(56)와 이 상병을 면담한 군인권센터 측은 “상담 등을 통한 정신적 치료 프로그램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이 상병의 상태가 심각하다”며 “복귀 명령은 가혹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최근 김태영 국방부 장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등에게 정신과 전문의 의견서를 첨부한 장기민간위탁치료 허가 요청서를 보냈다. 이 센터가 첨부한 전문의 의견서에는 “이 상병이 현재 상태로 군에 복귀하면 증상이 악화돼 자해나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병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 측은 “국방환자관리훈령의 상위법인 군인복지기본법이 민간 의료기관에서 치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외부치료를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안 씨는 “(이 상병은) 고교 재학 중 성적 우수학생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고, 대학에서도 입학이후 군 입대 직전인 2학년 1학기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며 “그 똑똑한 아이가 지금은 남자와 조금이라도 신체가 닿거나 군용품만 봐도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해병대 사령부 소속의 한 법무관은 “해당 병사의 성추행 진술이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며 “특히 사건 후 자살을 시도했다는 등의 진술에 대해서는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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