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악법도 법이지만…‘무승부=패’ 너무해

동아닷컴 입력 2010-08-26 07:00수정 2010-08-2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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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종훈 감독. 스포츠동아DB
24일 LG-두산 강우콜드 무승부
양팀 패배 늘어…부작용 눈덩이
“악법은 올해까지만…룰 바꾸자”
박종훈 감독 등 현장 불만 증폭


“올해까지는 정해진 룰이니 어쩔 수 없지만 내년부터는 폐지했으면 좋겠다.”

LG 박종훈 감독(사진)은 25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취재진이 전날 잠실 두산전에서 5회 강우 콜드게임으로 2-2 무승부가 된 상황에 대해 묻자 “악법도 법이라고 룰이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따라야하겠지만 내년부터는 바뀌어야할 제도”라고 비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무승부=패배’ 규정을 만들었고, 여러 채널을 통해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이를 밀어붙였다. 이 같은 룰을 만든 이유는 무승부를 위해 연장전에서 느슨한 경기를 펼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무승부를 패배와 같이 취급하면 모든 팀이 승리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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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승부=패배’는 지난해부터 여러 사례를 통해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낳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특히 순위싸움에서 자유로운 팀이나, 상대팀이 순위 경쟁팀이 아닐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팀과 B팀의 시즌 최종전. 이날 결과에 따라 A팀은 2위가 될 수도 있고, 3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런데 A팀은 연장 12회초에 득점에 실패해 12회말에 비기더라도 패배와 같기 때문에 3위가 된다. 그러나 B팀은 이기면 1위, 비기면 2위가 된다. A팀은 이틀 후 곧바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하기 때문에 투수력을 아끼기 위해 12회말에 벤치에 있던 야수를 마운드에 올리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 경우가 문제다. A팀을 비난할 수 있을까.

또한 3위 A팀, 4위 B팀, 5위 C팀이 0.5게임차로 늘어서 시즌 최종전 결과에 따라 3∼5위가 결정된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C팀이 이기고, A팀-B팀의 맞대결에서 도저히 경기를 진행할 수 없는 폭우가 쏟아져 24일 잠실 LG-두산전처럼 5회 강우 콜드게임 무승부가 나온다면? 가장 흥미로워야할 경기가 가장 허무하게 끝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자칫 관중 난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

사실 연장전에서 무승부를 노리고 느슨한 플레이를 한 것은 2004년 시간제한 무승부 제도가 시행됐을 때였다. 경기 개시 후 4시간을 넘어서면 새로운 이닝에 들어갈 수 없다는 규정으로 인해 다음 이닝에 던질 투수가 마땅하지 않은 팀이 시간을 끌기 위해 투수가 스파이크 끈을 고쳐 매거나, 타자가 타석에 늦게 들어서는 등의 시간 끌기 행태가 발생했던 것이다.

24일 잠실 LG-두산전의 5회 강우 콜드게임 무승부는 무승부=패배 규정이 시행된 뒤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에 불과하다. 어쩌면 이보다 더한 한국프로야구에 치명적인 재앙이 앞날에 대기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광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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