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경제의 성적표는 해외에서도 깜짝 놀랄 정도다. 26일 발표된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 경기회복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화려한 이 성적표에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한국 경제의 오랜 숙제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경제 회복세 속에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주력 업종은 큰 성장을 보인 반면 국내 시장에 기반을 둔 소비재 및 서비스 업종 등 내수산업의 성장률은 비교적 큰 변화가 없다.
수출 주도로 성장해 온 한국 경제에서 내수와 수출산업의 성장 격차가 더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그 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한국의 업종별 경제성장률에서 내수산업은 수출산업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내수산업보다 3배 정도 높았던 수출산업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4배를 넘어선 것이다.
일부에서는 “수출 중심 국가로서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체념조로 단정해 버리기도 한다. 수출이 성장을 이끄는 경제의 구조적 특성상 내수를 아무리 부양해도 상황이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대로 내수와 수출산업의 성장 불균형이 굳어진다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은 물론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은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우선 고용 문제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취업자 가운데 내수산업에 채용된 비율은 83.3%나 됐다. 수출업종에 채용된 비율의 무려 5배나 된다. ‘고용 없는 성장’을 해결할 열쇠가 내수산업인 셈이다. 특히 금융 정보기술(IT) 의료 관광 컨설팅 등 서비스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압도적이다. 또 지금과 같은 회복기에는 수출 덕에 웃을 수 있지만 침체기에는 튼튼한 내수산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더욱 큰 충격을 받게 된다. 경제 성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내수 기반을 다져야만 하는 이유다.
정부는 내수산업의 핵심인 서비스산업을 키울 대책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을 못 내놓고 있다. 신(新)수종 사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재계이지만 매킨지 구글 같은 서비스산업의 대표주자는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가시적인 성과를 이른 시일 내에 낼 수 있는 수출산업에 집중하는 것이 당장은 달콤할 수 있다. 그렇다고 크기가 다른 바퀴를 가진 수레가 얼마나 먼 길을 온전하게 갈 수 있을까. 더 늦기 전에 말만 많고 지지부진한 제도를 구체화하고 서비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