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한센인과의 5일… 참의사의 길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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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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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의대생 54명 충북 요양시설 자원봉사

의대생 봉사체험 캠프에 참가한 한 학생이 충북의 한센인 요양시설에서 환자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다. 장기우 기자
의대생 봉사체험 캠프에 참가한 한 학생이 충북의 한센인 요양시설에서 환자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다. 장기우 기자
“의대생이면서도 한센병을 앓고 있는 분들을 돕는다는 것이 솔직히 처음에는 꺼림칙했어요. 하지만 직접 그분들과 생활해 보니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27일 오후 충북의 한 한센인 요양시설. 사흘째 이곳에서 봉사체험 활동을 하고 있는 고효정 씨(21·건양대 의대 의예과 2년)는 함께 온 남동생 동균 씨(연세대 원주캠퍼스 의대 의예과 1년)와 시설 내 방을 돌며 이불을 걷어와 오전 내내 빨래를 했다. 전날에도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건물 주변 잡초 뽑기와 인근 농장 비닐하우스 설치, 목욕봉사 등으로 구슬땀을 흘렸다. 이들 남매와 함께 국내외 38개 의대 학생 54명이 닷새간 이 시설과 서울시립 어린이병원 등에서 자원봉사를 체험하고 있다.

국내외 ‘예비의사’들이 이 같은 봉사체험을 하는 것은 올해로 네 번째. 글로벌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메디슨(대표이사 손원길)이 의료전문지 ‘청년의사’와 함께 마련한 이 캠프는 의대생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자원봉사를 체험하고 의사가 된 뒤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가르친다. 올해 참가자 모집은 3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그만큼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뜻 깊고 인기 있는 캠프다.

올해 캠프에는 효정 씨 남매와 같은 이색 참가자가 많다. 지난해 의대생인 오빠를 따라왔던 황세원 양(19)은 9월 영국의 의대 입학을 앞두고 아버지와 함께 왔다. 황 양의 아버지는 황건 인하대 의대 교수(성형외과). 황 양은 “짧은 기간이지만 체험과 강의를 통해 한국의 의료상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양세령 전국의대연합동아리(AMSA) 회장(중앙대 의대 본과 3년)도 회원들과 함께 참가했다. 양 회장은 “지난해 대만에서 열린 학회에 한센병을 주제로 참석했는데 실제 그분들을 뵌 적이 없어 이번에 신청했다”며 “생각과 달리 즐겁고 밝게 사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의 캠프지만 아직 학생 신분이라 흰 가운에 청진기를 걸고 진료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다. 그 대신 선배 전문의 6명의 진료활동을 옆에서 돕는다.

캠프 참가자들은 “기존의 의료봉사활동과는 다른, 진정한 봉사를 배우고 간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개원 후 1% 기부 서약식’도 했다. 황 교수는 “감수성이 예민한 20대 초반의 의대생이 어려운 분들을 피부로 접하는 기회”라며 “이런 경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훌륭한 의사로 성장하는 토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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