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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현재와 전혀 다른 길’ 선언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입력 2010-07-29 03:00업데이트 2010-07-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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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버스 자리 다툼 안할 것 무선인터넷 회사로 재탄생 구글같은 회사와 경쟁하겠다”
인터뷰를 받아 적고 나니 ‘구글’이란 단어가 11번 나왔다.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만난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은 이제 가입자를 늘려 통신료를 놓고 경쟁하는 대신 무선인터넷 서비스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요즘은 우리가 2등 같아.” 지난해부터 SK텔레콤 직원들은 종종 이런 얘기를 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압도적인 1위 통신사지만 화제는 늘 애플 ‘아이폰’을 들여온 KT가 주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SK텔레콤은 월 5만5000원에 데이터통화를 무제한으로 쓰는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로 반격에 나섰다.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는 통신사 부담만 늘리고 매출은 줄어들 것으로 우려돼 투자자와 경쟁사 모두 부정적이었던 ‘금단의 열매’였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사옥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본격적으로 출혈경쟁을 시작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반대로 우리가 가진 걸 다 놓아버린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상대가) 가입자를 늘리겠다고 경쟁하면 우리가 이렇게 파격적으로 나온다는 걸 보여줬으니 이제 전혀 다른 길로 가자는 방향 제시”라고 말했다.

○ 통신사에서 구글 같은 기업으로

정 사장은 ‘전혀 다른 길’을 “‘구글 지도’나 ‘페이스북’, 애플의 ‘아이튠스’ 같은 서비스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지도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지도를 보는 인터넷 서비스인데 구글이 아닌 외부 업체가 이를 가져가 내비게이션 프로그램 등을 만들 수 있다. 구글이 지도를 누구에게나 무료로 공개한 덕분이다. 아이튠스는 애플의 음악재생 소프트웨어인데 수많은 음반사와 영화사가 이 속에서 자신들의 음악과 영화를 판다.

정 사장은 “그냥 지도만 보여주고 음악만 틀어주면 응용프로그램이지만 이렇게 외부업체와 협력하는 확장성이 있으면 서비스플랫폼”이라며 “SK텔레콤의 T맵(지도)과 문자메시지, 모바일싸이월드, 모바일신용카드 등을 서비스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는 SK텔레콤을 전통적인 통신사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무선인터넷 서비스 기업으로 바꾼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가 구글을 능가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러지 못하란 법도 없다”며 “싸이월드는 페이스북보다 앞섰고 T맵도 구글지도보다 먼저 휴대전화 지도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는 SK텔레콤 말고도 많은데 통신사가 무슨 경쟁력이 있을까. 정 사장은 하나카드와 합작한 하나SK카드를 예로 들었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결제는 아직 세계 어디에도 성공한 사례가 없는데 우리가 이걸 한국에서 성공시킨 뒤 GSMA총회(세계 이동통신사 모임)에 가져가 세계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통신시장은 거인들이 만원버스에서 좌석을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모양새”라며 “서로 좁은 곳에서 경쟁하는 대신 힘을 합쳐 넓은 영역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상품개발공장’(PDF·Product Development Factory)이란 조직도 만들었다. 중소기업이나 1인 개발자를 지원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돕고 이 가운데 우수한 제품을 발굴해 서비스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조직이다.

○ 아이폰4보다 다양한 스마트폰

또 정 사장은 최근 국내 수입을 앞두고 있는 아이폰4에 대해 “새 차를 몰고 다니다 고장이 났는데 중고차로 바꿔준다면 이해가 가겠느냐”며 “애프터서비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수입은 힘들고 그 대신 다양한 국내외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최근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SK텔레콤이 삼성전자의 ‘갤럭시S’ 마케팅만 지원한다”고 말했던 걸 물어봤다. 정 사장은 자료를 뒤지며 구체적으로 답했다. “지난주만 봐도 갤럭시S 외에 하루에만 많게는 7600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며 “팬택의 시리우스나 HTC 디자이어 같은 스마트폰 덕분이라 이런 파트너가 굉장히 소중하다”는 것이었다.

정 사장은 인터뷰를 앞두고 100여 쪽 분량의 A4 용지에 관련 자료를 인쇄해 나타났다. 직접 줄을 긋고 메모한 흔적도 보란 듯 책상 위에 펼쳐 놨다. 인터뷰도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두 시간이나 이어졌다. 골프 기록이 5언더파로 고수인 정 사장은 “처음 SK텔레콤에 와서는 성장이 정체됐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공도 잘 안 맞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요즘 골프성적을 물었다. 그는 “거센 풍랑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이젠 항로를 정하니 다시 예전 수준으로 공이 맞는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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