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 “아하~ 경제의 ABC가 보여요”

동아일보 입력 2010-07-29 03:00수정 2010-07-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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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와 금융… 저축과 투자… 펀드와 주식…

금융기관, 방학 어린이 경제교실… 눈이 똘망똘망
“워런버핏처럼 열심히 공부해 부자되고 싶어요”
22일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이 한국은행의 어린이 경제교실에 참가해 화폐금융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경제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 이 문장에 경제학의 핵심이 담겨 있어요.
그게 뭐라고 그랬죠? 맞아요. ‘기회비용’이란 개념이었죠.”
22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의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시청각실에 모인 초등학생 40여 명이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강의에 귀를 기울인다.》
저축과 투자의 차이점,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화폐의 역할 등에 대해 비뚤비뚤 열심히 필기하던 김재식 군(11·양전초 5학년)이 손을 들어 질문한다. “주식은 좋은건가요, 나쁜건가요. 단번에 큰돈을 만들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잘못 투자하면 돈을 다 잃어버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석우현 한국은행 경제교육센터 차장이 파워포인트 화면에 나와있는 워런 버핏의 사진을 가리키며 대답한다.

“좋은 질문이에요. 여러분이 아껴서 용돈을 잘 모았다면 그 다음 중요한 일은 그걸 잘 굴리는 거죠. 그게 바로 ‘금융’이랍니다. 어린이들도 주식투자를 할 수 있어요. 버핏은 11세 때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거든요. 선생님이 아까 뭐라고 말했었죠? 버핏은 일반인보다 다섯 배나 독서량이 많았을 만큼 열심히 투자 공부를 했다고 했죠. 그러니 주식투자를 할 때도 기본지식부터 쌓고, 공부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합리적인 수준에서 해야겠죠.”

여름방학을 맞아 증권사, 은행 등 각 금융기관에서 다양하게 기획 중인 어린이 경제교실을 체험해보기 위해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 ‘어린이 박물관 교실’을 찾았다. 금융에 대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의 관심은 예상치를 웃돌고 있었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이나 강원 춘천, 경남 마산, 충남 당진 등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도 있었다. 석 차장은 이날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돈의 유래, 역할에서부터 어린이들이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용돈기입장 작성법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강의는 쏟아지는 질문으로 예정된 시간을 넘겨서야 끝났다. 학생들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저마다 궁금한 것들을 묻기 위해 손을 들기 바빴다. 김 군은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버핏처럼 세계적인 부자가 되면 좋겠다”라며 “그렇게 되려면 오늘 배운 것처럼 공부를 훨씬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4시 반까지 하루 동안 이뤄진 이날 교육은 금융에 대한 기본 이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 견학, 화폐금융박물관 투어, 금융 골든벨 등의 프로그램으로 다채롭게 구성돼 있었다. 오전 한국은행의 역할에 대한 정보를 담은 영상을 시청하고 강의까지 들은 이들은 점심식사를 마친 뒤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을 견학했다. 의장, 기획재정부 차관, 금융경제연구원장 등의 패찰이 붙은 자리를 저마다 차지하고 앉은 아이들은 최근 금통위가 결정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대한 인솔자의 설명에 쉼 없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로 결정하는 근거는 어떻게 모으나요.” “회의 내용은 언제까지 비밀로 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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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식 한국은행 경제교육센터 차장은 “대학생들한테서 나올 법한 질문을 하는 친구들도 제법 있다”며 “관계자가 아니면 둘러보기 힘든 한국은행 내부, 금통위 회의실을 비롯해 금융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지식을 쌓을 수 있어 자녀들의 경제교육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매년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최은희 씨(38)는 이 프로그램에 딸 이한진 양(11·대전 금동초)을 참가시키기 위해 대전에서 올라왔다. 그는 “집에서도 ‘기부, 투자, 소비, 저축’ 네 가지로 나눠 용돈기입장을 쓰게 하면서 경제 마인드를 키워주려고 하지만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엔 이곳이 좋을 것 같아 함께 왔다”며 “어린 시절부터 경제용어나 개념을 익혀두는 것이 학업뿐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자녀를 경제에 강한 아이로 키울 수 있도록 금융권에서 내놓은 교육 프로그램은 7월 말부터 8월 중반까지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자녀들에게 올바른 경제관념과 투자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주식, 펀드 등에 대한 기본 교육에서부터 미래의 최고경영자(CEO)를 꿈꾸는 꿈나무들을 위해 금융,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체험교육까지 마련돼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우수고객의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 중 200명을 뽑아 강원 홍천 대명비발디파크와 경북 경주 코오롱호텔에서 2박 3일간 ‘2010 옥토 어린이 경제캠프’를 연다. 하나은행은 31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강남구청, 하나고와 공동으로 ‘하나시티 어린이 경제교실’을 무료 개최하며 신한은행은 한국금융사박물관, 신한갤러리에서 총 8회에 걸쳐 금융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안철수, 빌 게이츠 등 국내외 유명 기업인들이 꿈을 이룬 과정을 실물 증권과 연계해 강의하고 회사설립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나는야 미래의 CEO’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외환은행은 고교생을 대상으로 인턴십 체험단을 모집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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