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약해져도 이야기는 강하다”

동아일보 입력 2010-07-28 03:00수정 2010-07-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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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 씨 에세이집 출간 “울타리 낮춰 유연해져야”
“소설은 아마도 ‘박물관 예술’이 될 것이다. 소수의 애호가들이 즐기고 연구하지만, 대중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연히 필요한 시장을 확보하거나 뛰어난 재능들을 끌어올 만한 활력을 지니지 못한 예술 형식이 되었으리란 얘기다.”

문학에 대한 복거일 씨(64·사진)의 전망은 우울하다. 새롭게 출간한 ‘수성(獸性)의 옹호’(문학과지성사)에서 그 자신이 소설가인 복 씨는 문학의 미래를 어둡게 예견한다.

‘수성의 옹호’는 문학에 관한 성찰을 묶은 에세이다. 복 씨는 문학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한다.

“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아주 작은 것일 수밖에 없다. 문학작품을 읽고서 투표에서 선택을 바꾸는 사람들은 드물고, 문학작품의 구입이 가계의 지출 항목 앞쪽에 놓이는 집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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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예술은 그만큼 사소한 것이다. 그가 믿는 것은 이야기의 힘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글을 쉽게 발표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저자의 권위는 크게 약화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복 씨는 저자의 권위가 약화된 것이 문학에 해롭거나 위협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이야기’의 중요성이 부각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문학작품을 찾는다. 그들이 찾는 것은 ‘민족’이나 ‘민중’과 같은 머리띠를 두른 문학이 아니다. 그들이 찾는 것은 이야기다. 재미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작가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된다. 자신의 이야기가 되도록 보편적이기를, 그래서 진실의 알맹이를 많이 품기를, 덕분에 재미가 크기를 바라면서.”

그는 또 ‘수성(獸性)과 인성(人性)의 조화’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 몸과 마음속엔 짐승과 사람이 함께 살며, 그 둘은 때로 협력하고 때로 다툰다”며 “문명이 발전할수록, 문명에 몰린 우리의 수성을 옹호하는 예술의 기능도 역설적으로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복 씨는 “문학이 자신을 두른 울타리는 높고 투과성이 낮다”면서 문학 자체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그는 “그런 울타리는 문학을 가난하게 만들고 사회로부터 소외시킨다”는 것이다. 복 씨는 “문학이 스스로 둘러친 울타리를 낮추고 다른 지적 분야들로부터 자양을 받아들이는 일이 바람직할 것”이라면서 문학이 유연한 태도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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