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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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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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달러짜리 지폐에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초상이 들어 있다. 뉴욕에는 케네디 공항, 워싱턴에는 레이건 공항이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기념관과 기록관도 즐비하다. 미국은 2월 셋째 주 월요일을 ‘대통령의 날’로 지정해 역대 대통령들의 역사와 업적을 기린다. 터키 이스탄불의 국제공항 아타튀르크는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필리핀의 거의 모든 화폐에는 역대 대통령 초상이 들어 있다.

▷우리는 초대 대통령 이승만부터 9명의 전직 대통령이 있지만 묘지와 생가, 사가(私家)를 제외하면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서울의 김대중도서관과 광주의 김대중컨벤션센터 정도가 눈에 띈다. 한 달여 전에는 경남 거제시에서 김영삼기록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이 외에는 내세울 만한 전직 대통령 기념물이나 상징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랑하고, 세계가 찬탄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너무 소홀한 느낌이다.

▷정부가 어제 박정희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한 지원을 재개하기로 의결했다.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회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지상 3층 규모의 기념도서관을 짓는다. 기념도서관의 성격이나 위치에 대한 논란을 떠나 우여곡절 끝에 208억 원의 정부 예산 지원으로 기념관 건립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은 다행이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 2005년부터 시행되다 작년 서거로 중단됐던 기념사업을 다시 확대 시행하는 데 정부가 추가로 15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어느 나라든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를 통해 그 나라 국민은 역사와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키운다. 우리는 워낙 골곡이 많은 역사를 거쳐 온 탓인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기념사업이 민간의 손에 맡겨진 것도 논란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인 측면이 있다. 역사와의 화해, 사회 통합을 이루려면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건국 62년이 되도록 초대 대통령 동상이나 기념관이 없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6·25를 극복한 이승만 대통령의 공적부터 재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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