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책 각오했지만…” 지방공기업 CEO 7시간 마라톤 회의 ‘혼쭐’

동아일보 입력 2010-07-28 03:00수정 2010-07-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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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참석 통보를 받고 휴가지에서 급히 돌아와 이틀 동안 회의를 준비했죠. 저녁을 도시락으로 때우고 회의하려니 힘도 들었지만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무척 긴장됐어요.”

지방공기업 사장 A 씨는 27일 오후 2시부터 7시간 동안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전국 시도 산하 30개 지방공사 최고경영자(CEO) 재무보고회’에 참석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공기업 실태를 점검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이 때문에 ‘제대로 하라’는 질책과 약간의 격려 정도를 예상하고 참석했던 일부 CEO는 책상에 놓인 보고회 일정표를 보고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계속된 발표에 이어 오후 7시 25분부터 30분 동안 ‘저녁식사(도시락)’라고 표시된 데 이어 쉬는 시간 없이 토론이 이어지는 것으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기업 사장은 “7시간 내내 웃음은 없었고 팽팽한 긴장감만 감돌았다”며 “정부 주관의 유례없는 ‘마라톤 회의’라 그 자체가 사장들에게 긴장을 주는 듯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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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시까지 계속된 이날 비공개 보고회에서 맹 장관은 “지방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 등 그동안 지속돼 온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라”며 “무분별한 사업 추진으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강도 높게 지시했다.

행안부는 이날 보고회의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자산규모 1조 원 이상 지방공기업은 5개 연도의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의무적으로 작성하도록 했다. 또 다음 달부터 석 달 일정으로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해 일제 점검을 실시하고 올해 말까지 경영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사업유형별로 지방공사채 발행 승인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주택사업이나 토지개발사업의 경우 현재는 순자산의 10배까지 발행할 수 있으나 앞으로는 6배 이내로 크게 줄어든다. 이날 서울시 SH공사는 과다한 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사장 직속으로 부채관리 태스크포스(TF)팀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보고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사업목적에 맞지 않는 하버파크호텔과 E4호텔 등 보유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보고하는 등 각 공기업이 경영 개선 방안을 밝혔다. 서울메트로는 정부 방침으로 노인 무임승차가 확대되면서 당기순손실의 39.3%에 해당하는 3252억 원의 추가 비용부담 요인이 발생하고 있어 정부 보조 확대 등의 방안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무거운 분위기여서 하루가 몹시 길었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맹 장관은 회의를 마치며 “이번 기회를 통해 지방공기업이 부정적 인식의 고리를 끊고 본연의 목적인 지역경제 활성화에 제대로 기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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