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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뉴스테이션/탐사리포트] 압박면접인가, 굴욕면접인가?

입력 2010-07-27 17:00업데이트 2010-07-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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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7월 27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다보니 취업준비생들은 면접 기회 한 번 얻기가 쉽지 않은데요. 어렵게 면접장에 가도 구직자들은 또 한 번의 시련을 겪게 됩니다.

(구가인 앵커) 바로 압박면접인데요. 쏟아지는 지원자들 중 옥석을 고르기 위해 요즘 많은 기업들이 쓰는 방식입니다. 오늘은 탐사리포트 다섯 번째 순서로, 압박면접의 실태에 대해 영상뉴스팀 신광영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박제균 앵커) 요즘 많은 구직자들이 압박면접을 치러봤을 텐데 어떤 반응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신광영 기자) 취업준비생들도 심층면접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는데요. 최근 압박면접이 단순히 공격을 위한 공격인 경우가 많고,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털어놨습니다.

***

정부 공식통계에 잡힌 대졸 실업자는 35만 여명.

전국 4년제 대학 정원인 38만 여명과 비슷한 수칩니다.

혹독한 취업난 속에 청년 백수들은 서류 통과를 하는 데만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합니다.

하지만 어렵게 1차 관문을 넘고도 면접의 문턱에서 이들은 또 한 번 좌절합니다.

(인터뷰) 이현경(가명) / 취업준비생
"아 처참하다 이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잖아요 그건. 근데 그 문제를 왜 나한테서 이유를 찾으려고 하는 걸까."

(인터뷰) 김영준(가명) / 취업준비생
"나도 언젠가는 취업해서 면접관이 된다면 이런 식으로는 면접 진행하지 않겠다."

성추행으로 여겨질 만한 상황이 면접장에서 벌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6월 영업직에 지원했던 여성 구직자는 면접 도중 "남자를 다룰 줄 아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영업을 하려면 고객의 비위를 잘 맞춰야 하는데 술자리에서 남자 고객들을 기쁘게 해줄 만한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여성 지원자를 일으켜 세워 면접장 주위를 둥그렇게 걸어보라는 주문을 하거나, 치마를 입은 채로 춤을 추라고 시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기업 면접장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상반기 취업시즌이 끝난 7월 초. 회원수가 128만 여명으로 국내 최대규모인 취업준비생들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설문조사를 해봤습니다.

설문에 응시한 386명 가운데 63%인 241명이 면접 도중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중 인격적인 무시를 당했다고 답한 비율이 37%로 가장 많았고 면접관이 성추행으로 느껴지는 언행을 하거나 성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고 답한 사람도 19%에 달했습니다.

구직자들이 언급했던 기업들 중 상당수는 지원자들의 항의에 대해 "압박면접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기업 관계자
"어려운 질문들 있잖아요. 짜증나는 것들 뭐 이런 거. 그런 것들을 주로 많이 하죠."

***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이현경 씨(가명).

이 씨는 2년 전 한 휴대전화 제조업체 면접장에서 겪었던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인터뷰) 이현경(가명) / 취업준비생
"아버지께서는 왜 이혼을 하셨냐? 안 좋은 문제다. 여자문제도 있었고 그랬다."

면접관의 질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이현경(가명) / 취업준비생
"근데 너는 여자고 어머니랑 둘이 살고 아버지가 안 계시니까 아무래도 다른 남자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있지 않냐. 네가 앞으로 회사 생활을 하면 우리회사는 남자 직원이 있는데 그 직원들이랑 잘 지낼 수 있겠느냐."

친한 친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가정사를 면접관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 이 씨는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인터뷰) 이현경(가명) / 취업준비생
"눈시울이 붉어지니까 어 왜 눈물이 나려고 하느냐 그렇게 짚어주시니까 눈물이 정말 흘러버리고. 참고 있었는데 흘러내린 거죠. 그러고 나서 그거 봐라 네가 이 상황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이 씨는 이후 다른 회사에서 면접을 4차례 더 봤지만 당시의 기억이 그에겐 일종의 트라우마가 됐습니다.

(인터뷰) 이현경(가명) / 취업준비생
"면접 보기 전에도 위축이 되요. 혹시 또 그 질문이 나올까 라는 것 때문에 위축이 되고 면접을 보는 내내도 위축이 되죠. 혹시 나올까, 나올까. 계속 머릿속에는 이거 나오면 어떻게 하지."

이 씨와 함께 면접을 봤던 다른 여성 지원자는 상대적으로 큰 체구 때문에 곤혹을 치렀습니다.

(인터뷰) 이현경(가명) / 취업준비생
"여자 분이 로미오 역할을 했다고 하니까 면접관께서 아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나는 그렇게 덩치가 크니까 로미오 역할을 하지. 나는 줄리엣 역할을 했다는 줄 알고 놀랬다."

***

지난해 겨울 한 인터넷 다운로드 업체에 지원했던 김영준 씨(가명)는 담배 연기 속에서 면접을 치렀습니다.

(인터뷰) 김영준(가명) / 취업준비생
"대기실에 들어가 앉아 있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들어가 앉아 있었는데 거기 한 열 분 정도가 담배를 피우면서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사원들 휴게실인가 생각했는데 그곳이 면접실이었어요."

비흡연자였던 김 씨는 담배 연기를 참으며 면접에 응했지만 직무와 관련이 없는 질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영준(가명) / 취업준비생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 누구냐, 누가 제일 회사에 입사하면 갈굴 것 같냐. 누가 제일 일을 못할 것 같냐. 이런 식의 군대에서나 듣는 신병 때 들었던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면접관 8명이 참가한 면접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김영준(가명) / 취업준비생
"마지막에 갑자기 안 뽑겠다고 그러면서 그냥 나가라고."

해당 기업에 어떤 취지로 이런 방식의 면접을 했는지 알아봤습니다.

(인터뷰) 해당 기업 인사 관계자
"면접자도 그렇고 면접 보는 사람들도 같이 하게 된다면 할 수도 있고 그렇죠. (같이 한다는 건 담배를 같이 피울 수도 있다는 말씀인가요?) 네 그런 거죠."

***<브릿지>***

(구가인 앵커) 앞서 나온 사례들을 보면 구직자들을 그 정도로 몰아 부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압박면접이 정확히 어떤 겁니까.

(신광영 기자) 압박면접은 본래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우리의 문화적 특수성과 맞물리면서 본래 취지와는 다른 형태로 변질됐습니다.

***

최근 기업들이 심층 면접을 시도하면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압박면접.

일명 스트레스 면접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지원자의 약점을 파고들어 발언의 거짓 여부를 검증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자질을 평가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보국이 첩보원을 선발하기 위해 만든 압박면접은 순간 판단력이나 임기응변 능력을 평가하는데 사용됐습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등 IT기업들이 창의적 인재를 뽑는 데 압박면접을 쓰기 시작했고, 순발력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월스트리트 등 금융가까지 널리 퍼졌습니다.

(인터뷰) 윤영돈 / 커리어코치 소장·성신여대 교수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때 실업자가 많이 생기고 사람 뽑을 때 웬만한 사람들 다 채용되는 시장이 아니라 변화가 되면서 압박면접이 두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IT 기술 발달로 기업들의 면접 전략이 취업 카페 등 온라인상에 노출되다 보니 기업들도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 압박 면접을 적극 도입했습니다.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상장기업 5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압박면접을 도입한 업체는 15%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윤영돈 / 커리어코치 소장·성신여대 교수
"우리나라에 10여 년 간 압박면접이 계속되어 오면서 역량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여성이라는 성희롱이나 가족사에 대한 문제를 갖고 오다보니까 그것들이 결국 인권침해 요소까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압박면접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학력차별과 성차별적 언행입니다.

<현장음>…<>부분이 면접관 멘트

<송인광 씨가 학벌이 좋으니까 송인광 씨 뽑으면 되겠네>

=저는 저희 학교가 자랑스럽고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근데 영업을 하다보면 송인광 씨가 학벌도 좋고 남자기 때문에 우리 회사입장에서는 송인광 씨 뽑고, 양성희 씨는 여자다 보니까 여기 좀 터프하고 그래요.>

=그 두 가지만으로 평가하기엔 사회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고요.

<성희 씨 지금 화났어요? 말투가 공격적인 거 같은데…>

=아닙니다.

외모를 비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알렉스 닮았다고요? 누가 그래요? 떳떳해요?>

=저는 떳떳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양성희 / 동아일보 인턴기자
"이게 제 자신만 건드리는 문제가 아니고 학교나 저희 가족을 다 건드리는 문제인 거 같아서 괜히 제가 그렇네요. 기분이 좋진 않아요."

(인터뷰) 송인광 / 동아일보 인턴기자
"회사를 보고 들어가고 싶어서 왔는데 회사에 대한 정이 떨어질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취재진의 요청으로 모의 압박면접을 했던 면접관도 불편한 심정을 드러냅니다.

(인터뷰) 정병찬 / 한국얀센 교육부장
"인격적인 면에서 모독을 하다보니까 저도 불편하고 (입장을 바꿔본다면?) 저는 중간에 나갈 거 같아요."

***

외국계 제약사로 20년 넘게 압박면접을 실시해온 한국얀센.

압박면접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고 평가받는 이 회사의 면접방식을 직접 재현해봤습니다.

<현장음>…<>부분이 면접관 멘트

<그동안 꾸준히 해서 성공한 게 있는지>

=제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한자 공부를 해왔는데요.

<학업상 필요해서 한 거 아닌가요? 열정에서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뭔가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꾸준히 했다면 열정으로 볼 수 있다고 봅니다.

<다른 사람보다 두드러지게 적응을 잘한다는 사례를 하나 말씀해주세요.>

=한 시사지에서 인턴을 했는데 인턴 신분이라 취재에 잘 응해주지 않았어요. 제가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끝까지 학원장을 기다려서 인터뷰를 했어요.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것은 목표에 대한 도전정신이 없다고도 들리는데>

=스트레스를 안 받기 때문에 이뤄낼 수 있는 것도 많다고 봅니다.

(인터뷰) 유민영 / 동아일보 인턴기자
"제가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게 단점이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지원자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도 업무 능력과 직결된 질문만 하는 게 압박면접의 원칙입니다.

(인터뷰) 이용주 / 한국얀센 영업팀장
"내 인격, 내 가족까지 침해를 받는다면 그건 스트레스가 아니고 분노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한국얀센도 압박 면접 도입 초기에는 구직자들로부터 "거만하다"는 평판에 시달렸습니다.

그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한국얀센은 매년 채용 절차가 시작되기 전 면접관을 대상으로 3차례에 걸쳐 면접 교육을 진행하고 지원자를 논리적으로 압박하는 자체 매뉴얼도 개발했습니다.

면접관들끼리도 서로 교차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해 인권 침해 소지를 최소화했습니다.

(인터뷰) 오경아 / 한국얀센 인사담당 이사
"저희 면접관 교육 때 제공되는 가이드라인이 있는데요. 외모를 비하한다던지, 개인적인 약점, 가정환경 같은 부분은 터치하지 않도록 가이드를 하고 있습니다."

압박면접과정에서 나오는 지원자들의 반응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회사에 맞는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가 면접에 참여하기 합니다.

(인터뷰) 하지현 /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 무조건 압박을 해서 그 압박을 견디는 사람을 보거나 무조건 솔직한 사람이 좋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건 굉장히 사디스틱한(가학적인) 거잖아요. (질문의) 설계를 명확하게 하고 압박면접을 통해 보려는 게 뭔지에 대한 포커스와 타켓 행동."

***

이제 곧 국내 주요기업들이 하반기 채용을 시작합니다. 올 하반기에는 지난해보다 9% 가량 늘어난 2만9000여 명을 새로 뽑을 계획입니다.

하지만 지난 6월 청년층 실업률은 8.3%. 전월보다 2% 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청년실업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구직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면접 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위축되기 쉬운 취업준비생들의 상처는 계속 깊어질 것입니다.

***

(박제균 앵커) 요즘 대학생들이 취업 스터디 중에는 압박면접에 대비한 모욕 스터디까지 있다고 하는데요. 기업들이 더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압박면접을 해야겠습니다. 신 기자, 수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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