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강수 군수의 성희롱, 민주당은 왜 말이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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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여직원에게 누드사진 촬영을 강요한 이강수 고창군수와 박현규 전 군의회 의장의 성희롱 진상이 상세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군수는 올해 초 여직원을 군의회 의장실로 불러 사진작가인 박 당시 의장의 누드사진 촬영에 협조하라며 “네가 (누드사진) 찍는다고 했으면 엑스트라로 구경하러 갔을 텐데” “라인이 예쁘다. 엉덩이가 볼록하니 사진 찍으면 잘 나오겠다”라고 했다.

이 군수는 박 전 의장과 함께 누드사진 제의를 한 것은 맞지만 성희롱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식보다 어린 여직원에게 성적 수치심과 심적 고통을 떠안기고도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공직자의 성(性)의식을 접하면서 참담한 심정이다. 여직원들에게 농담을 할 때 자기 딸이나 며느리에게 해도 괜찮은 말인지 한번 돌아보는 것도 성희롱을 막는 지혜다. 박 전 의장은 돈만 주면 프로 모델을 구할 수 있을 텐데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여직원에게 그런 제의를 해야만 했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교사들에게 막말을 하고 여교사를 성희롱한 것도 지도층 인사들의 왜곡된 성인식과 권위주의적 교단 분위기의 단면을 드러냈다. 이 교장은 여교사들에게 “처녀성을 잃으면 예뻐진다” “처녀 맞아? 임신한 것 아니야” 같은 성희롱 발언을 100여 차례나 했다. 여교사들은 학급 배정 등 인사권한을 가진 교장에게 곧바로 항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무치(無恥) 교장이 학교에 발 불이지 못하도록 강력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

16일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대학생과 가진 저녁모임에서 한 성희롱 발언도 여성을 성적 농락의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에서 나왔다. 한나라당을 향해 ‘성희롱당’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던 민주당이 자기 당 소속인 이 군수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말이 없이 경징계인 ‘주의’ 조치만 내린 것도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이중 잣대다.

이번 파문을 계기로 여성가족부가 내달 국회의원을 상대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국회 보좌관과 직원들은 법에 따라 벌써 이 교육을 받았는데 정작 국회의원들에게는 감히 교육을 못 시킨 모양이다. 일련의 사건을 보면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야말로 가장 ‘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교장 연수에도 성희롱 예방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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