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모라토리엄 선언’ 성남시 사업 포기

동아일보 입력 2010-07-26 03:00수정 2010-08-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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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 4곳 재개발, 사업성 악화로 중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성남시에서 추진하던 대규모 재개발사업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이 일대 주민들의 재개발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게 됐으며 인근 부동산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조성 자금(5200억 원) 지급을 무기한 연기한 모라토리엄 선언에 LH 측이 맞대응한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25일 LH와 성남시에 따르면 LH는 금광1, 중1, 신흥2, 수진2구역 등 총 66만8314m², 11만52채 규모의 성남시 구시가지 2단계 재개발사업을 포기하겠다고 23일 성남시 측에 구두 통보했다. 이 지역은 공공기관 최초로 ‘순환재개발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이 방식은 집주인과 세입자가 옮겨갈 이주 단지를 먼저 조성해 이주시킨 뒤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면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당초 성남시는 2000년 옛 대한주택공사(현 LH)와 구시가지 26곳 중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지역을 재개발하기로 합의했으며 1단계 단대, 중3 2곳은 이미 착공했다. 이번에 중단한 2단계 구역 중 금광1, 중1, 신흥2구역은 지난해 12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LH는 2단계 구역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고 있었으나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사업성이 악화돼 권리자인 주민과 회사 측의 피해가 커진다는 판단을 내려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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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인근 성남 구시가지 내 신규 아파트 값이 3.3m²당 1200만 원인 데 비해 2단계 구역 건설원가는 1300만 원이 넘어 손실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LH 측은 “주민 부담 증가와 재산 가치 하락으로 주민들의 현금 청산 신청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분양받으려는 주민들은 부담금이 더욱 늘어나게 돼 사업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LH의 사업 포기 소식이 알려지자 재개발을 추진하던 성남시 수정, 중원구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재경 재개발·재건축 연합회장은 “LH가 사업을 포기하면 이미 투입한 300여억 원의 회수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러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성남시를 압박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H 측은 “사업 포기 결정을 내리기까지 3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 결정은 우연히 시기가 맞아떨어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성남시는 “LH가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있지는 않으며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손을 떼려는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결정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성남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협의도 없이 사업 포기를 통보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협약 내용을 검토한 뒤 법적 대응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편 LH는 다른 사업 지구도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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