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로 유라시아 횡단-⑩] 드디어 몽골의 끝에 서다

동아닷컴 입력 2010-07-25 18:38수정 2010-07-26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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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 : 몽골 올기이 부근(6월28일~)


일요일 아침, 오늘은 200㎞ 떨어진 '올기이'에 도착하면 그만이다. 남는 하루시간을 활용해 올기이 인근 게르 캠핑장에서 몇 가지 현장체험을 해보기로 계획했다.

주행은 구불구불 산길과 빨래판 직선도로가 대부분이고 한 시간에 한번 정도 모래무덤이 간간히 펼쳐졌다. 여유로운 주행 끝에 오후 3시경 올기이에 도착했다. 이 곳은 지금까지의 거친 몽골 도시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 간간히 서양스타일의 레스토랑이 보일 정도니 말이다. 가장 깔끔하고 영어가 통할 것 같은 터키 레스토랑에서 시원한 음료와 음식으로 요기하고 캠핑장을 찾아 떠났다.

그러던 중 셋째에게 다급한 문자 메시지가 당도했다. 바이크 시동이 안 걸리니, 배터리 충전을 위해 점프선을 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주요기사
"전원선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인가?"

"암페어가 높아서 전원선은 녹아요. 마을이 작아서 구할 수 없으니 시내에서 점프선을 구해 주세요."

몽골 사막

▶ 반복되는 바이크 고장, 그리고 오지에서의 해결법

캠핑장 물색을 뒤로하고 일단 눈에 보이는 자동차 수리소를 찾아가 온갖 바디 랭귀지를 활용해 점프선을 설명해본다. 그러나 쉬이 구할 수 없을 듯한 느낌이 엄습한다. 대다수의 자동차 수리소가 흔한 전원선을 연결해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길에 내 차가 주행 중에 시동이 꺼지더니 더 이상 시동이 걸리지 않는 사고가 발생한다. 시동 버튼은 아무소리도 못 내고 먹통이다. 배터리 문제일까? 아니면 제너레이터 쪽일까? 밀어서 시동걸기를 시도해보지만 역시 감감 무소식이다.

둘째가 다급히 인근 게르를 찾아 도움을 요청한다. 몽골의 이동식 주택인 게르에는 전기동력을 위해 태양열 발전기를 설치해 12v직류 배터리를 충전해 사용하곤 한다. 우리의 SOS를 받은 게르 주인과 동네사람들이 배터리에 220v 전원선을 갖고 몰려 나왔다. 우리는 카울을 벗기고 이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아무리 배터리끼리 연결하고 시동버튼을 눌러도 소용이 없다.

바이크 주위를 이리저리 훑어보던 게르 주인이 마침내 주 전원선이 배터리와 끊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탄성을 지른다. 아마 사고로 금이 간 것이 진동에 못 이겨 마침내 끊어졌나보다. 내가 고칠까 했으나 이미 몽골의 친구들에 의해 바이크를 점령당해 우리는 만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잠시 후 전원선의 피복을 벗겨 구리동선으로 배터리와 주전원선을 다시 연결하자 시동이 다시 힘차게 걸렸다.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함께 사진을 찍고 볼펜 중에 멀쩡한 것을 골라 모두 건넨다. 말이 안 통하는 상황에서 이런 인정을 느낀다는 것은 행운이다.

독수리와 행복한 시간.

수소문 끝에 게르 캠핑장에 도착한 우리는 1인당 14달러라는 높은 숙박료에 조금 놀랐다. 가격을 깎자니 오히려 "너희는 중국인 아니고, (부자나라인) 한국인이잖아"라는 말에 이내 협상을 포기하고 만다.

생각 외로 게르는 울란바타르 이후에 묵었던 호텔들보다 더 좋았다. 실내는 깔끔하고 공용으로 사용하는 샤워시설도 기대 이상이었다. 독수리사냥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말이 흥미를 끈다. 그러나 이내 독수리들이 다 멀리 날아가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는다. 전통의상을 한번 입어보고 싶다고 하니 마을까지 나아가 전통의상 한 벌을 준비해 오는 친절함을 보이기도 한다.

▶ 오랜만의 휴식, 몽골의 게르 체험

짐을 풀고 몽골에서 마지막 엔진오일을 교체했다. 와중에 다시금 바이크를 점검하다가 내 차의 뒷바퀴에 작은 못이 박혀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도 시내에서 버려진 못을 밟았나보다. 바퀴를 빼내고 타이어를 벗겨 안의 튜브를 패치로 때운 후 다시 타이어에 바람을 넣는데 잘 들어가지 않는다. 타이어를 휠에 장착할 때 튜브가 안으로 접혀 찢어진 것 같다. 이내 게르 주인의 둘째 아들이 자기 친구가 시내에서 자동차수리소를 한다고 귀띔한다.

게르소년과 양.

하지만 일요일이고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다. 그럼에도 게르 소년은 자신의 부탁이라면 꼭 들어줄 것이라고 장담한다. 우리도 다시 빼는 것 보다는 수리를 맡기는 게 빠르겠다 싶어 막내 태원이가 타이어를 실고 게르 소년을 태우고 시내로 향한다. 그런데 출발한지 5분도 채 안돼서 폭우가 쏟아진다. 한 시간쯤 지나 타이어를 자동차수리소에 맡기고 비에 홈뻑 젖은 채 돌아온 막내와 게르 소년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드디어 몽골에서의 마지막 날인 월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반드시 국경을 넘어야 한다.

수리해온 타이어를 다시 끼우고 출발을 하다보니 늦어졌다. 가는 길은 150㎞ 정도로 무난한 빨래판길이다. 이제는 익숙해졌다. 중간 중간 모래무덤도 예전보다 눈에 빨리 들어와 미리 대비하고 또 멀찌감치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울란바타르로 거꾸로 간다면 이틀쯤은 단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몽골 마지막 날이자 오프로드(Off-road) 마지막 날인 셈이다.

셋째가 묵고 있는 마을은 국경 바로 직전의 작은 마을이다. 우리와 헤어지고 밤새 달려 아침 6시에 도착하여 운전수와 같이 잠을 자고 운전수를 돌려보낸 후 시동을 걸어보니 먹통이 되었단다. 처음에는 배터리를 의심했었는데 마을 주민이 배터리를 연결해도 소용이 없었다. 바이크가 오래 누워있었고 진동 때문에 엔진오일이 실린더 안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라 생각해서 한국에 전화를 걸어 실린더 오일 빼는 법을 전달받았단다.

우리가 갖고 있던 공구를 전해주자 엔진의 스파크 플러그를 열어 실린더를 개방한 후 시동을 걸자 쿨럭거리며 실린더에서 검은 엔진오일을 쏟아낸다. 그러기를 몇 번하고 다시 조립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동을 걸자 엔진은 힘겨운 소리를 내더니 부르릉 하고 시동이 걸렸다. 그러자 주변의 마을사람들이 환호하고 셋째는 마을 사람들과 일일이 포옹을 하며 좋아한다. 셋째가 여기서 스토리가 많았나 보다.

▶드디어 오프로드 끝… 이제는 유럽을 향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 마을에 25가구가 사는데 23가구를 방문해서 공구와 배터리를 부탁했다고 한다. 숙소의 어린 학생은 어느새 심복이 되어 이거저거 셋째가 원하는 대로 마을을 샅샅이 뒤지며 어제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소년은 셋째와 헤어질 때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간 우리는 곳곳에서 몽골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사막에서 둘째 날 10m정도 되는 강을 건널 때는 지나가던 버스에 탄 사람들이 내리고 마을 사람들이 다들 몰려들어 우리와 같이 모터사이클을 잡고 강물에 몸을 적시며 강을 건너 줬다. 어제는 올기이 길가에서, 게르 캠핑장에서, 국경마을에서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었다. 고맙지만 여행자 신분인 우리는 그저 감사하다는 말만 연발할 뿐 보답할 길이 없다.

국경에 바이크를 세우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식사시간이란 얘기를 듣고 두어 시간을 뙤약볕에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국경 검문소에서 사람과 모터사이클의 통과절차를 마치고 빠져나와 러시아 국경으로 향했다. 러시아 국경을 넘는 순간 도로는 아스팔트로 변했다.

얼마나 반가운 아스팔트인가. 바퀴의 부드러운 회전과 단단한 그립감에 몽골의 피로가 단번에 빠져나간다. 이제 우리는 유럽을 향해 달린다.

작성자 = 이민구 / 유라시아횡단 바이크팀 '투로드' 팀장
정리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투로드팀의 몽골지역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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