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외로워 한잔, 우울해 한잔… 위기의 여성들, 치료가 필요해!

동아일보 입력 2010-07-26 03:00수정 2010-07-2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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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보다 쉽게 중독되고 수치심, 죄책감에 치료 거부감 높아… 여성을 위한 알코올의존증치료 전문 ‘W진병원’ 개원
《“가슴 답답할 때 한두 잔 마시던 술을 이젠 입고 달고 살아요. 애들이 와도 마시던 술을 멈출 수가 없어요.”

결혼 12년차 주부 양모 씨(38·여)는 결혼 전엔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양 씨의 하루 일과는 종일 애들 뒤치다꺼리와 집안일을 하다가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 저녁식사를 차리는 게 전부였다.

회사일이 바쁜 남편은 야근이 잦고 일찍 귀가해도 식사 후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가정에 무심한 남편도 서러운데 이젠 애들까지 집에만 있는 엄마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소외감과 외로움에 한두 잔 술을 마시던 것이 어느새 1년이 됐다. 최근엔 우울증과 불면증이 심해져 병째 마시는 날도 있다. 밤에 몰래 나와 술을 마시거나 ‘필름’이 끊기는 현상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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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술 1잔은 남성의 술 2잔과 같다?


최근 여성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여성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2001년 1만 명당 2명에서 2006년에는 3.6명으로 늘어났다. 5년 사이 75%가 증가한 셈이다.

여성이 마시는 술 1잔은 남성이 마시는 술 2잔과 같다. 여성은 체내 수분 비율이 남성보다 낮고 지방비율은 더 높아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진다. 같은 체중이면서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했다고 가정하면, 여성은 남성보다 30% 더 알코올이 혈액에 흡수된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짧은 시간에 알코올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알코올의존증의 초기증상은 술에 대한 ‘내성’이다. 술 1∼2잔에 취하던 사람이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면 주량이 늘어 4∼5잔을 마셔도 취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술에 내성이 생기면 폭음, 과음 등을 반복하면서 술에 대한 절제력을 잃게 된다. 이때 치료하지 않으면 알코올의존증은 만성적 증상으로 발전해 사고력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도 있다.

여성 알코올중독치료전문병원인 W진병원의 양재진 원장은 “여성은 대개 남성과 달리 우울증, 불면증 때문에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면서 “특히 여성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은 무력감, 수치심, 죄책감 등의 특성을 보여 남성보다 치료가 더 까다롭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 ‘여성 알코올의존증 환자’만을 위한 전문병원

국내엔 여성 알코올의존증 환자만을 위한 전문병원이 없었다. 대부분 여성들은 정신병원이나 별도 격리 병동에서 치료받는 것이 현실이다.

6월 26일 경기 부천시에 200병상 규모의 여성 알코올 중독치료전문병원이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2008년 개원 후 알코올의존증 환자를 2000명 이상 치료했다고 보고한 진병원의 자매병원인 ‘W진병원’이다.

이 병원은 입원치료에 거부감이 강하고 예민한 여성들을 위해 밝은 베이지색 벽지와 침구들로 병동을 꾸몄다.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기 위해서다. 운동시설과 재활치료 공간은 통유리로 돼 있어 격리된 느낌을 받지 않도록 했다.

양 원장은 “여성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은 사회적인 편견과 시선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치료의 거부감을 낮추고 치료 후엔 자발적으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입원치료가 원칙, 약물 및 재활치료로 통해 일상생활로 복귀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은 입원치료가 원칙이다. 환자들은 보통 입원 1주일 내 알코올 금단증상을 겪는다.

흥분, 불안상태,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갑자기 사람을 못 알아보는 섬망(섬妄), 헛것이 보이는 환각(幻覺) 등이 금단증상의 예다.

양 원장은 “외부와 차단된 환경이 치료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입원기간에는 면회와 전화를 제한하고 증상에 따라 약물치료를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내과적 검진도 시행한다. 알코올의존증으로 인한 간염, 간경화, 지방간 등 합병증 검진과 치료를 위해서다.

집단치료, 사회기술훈련, 명상요법, 치료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알코올의존증 치료에서 가족의 도움이 가장 중요한 만큼 가족교육과 모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양 원장은 “이런 프로그램은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이 술의 중독성과 현실을 인식하고 추후 사회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 본 기사는 의료전문 김선욱 변호사의 감수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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