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마당]군복무 평가제 도입

동아일보 입력 2010-07-23 03:00수정 2010-07-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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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내년 1월부터 입대하는 병사의 군 생활을 평가하는 ‘군복무 성과 평가’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병사들이 군 복무를 긍정적으로 소화하고 제대 후 사회생활에 자신감을 갖게 하겠다는 취지인데요. 병사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직속상관의 전횡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군 경쟁력을 견인할 적정한 평가의 수준은 어디까지일까요.》
▼軍생활을 자기계발의 기회로▼

미군은 국가인증서 발급… 개인-사회에 긍정적 효과



최근 국방부에서는 “병사들이 생산적으로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전역 후 취업 때 활용이 가능하도록 병사 군복무 성과 평가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검토된 안은 다음과 같다. 병사들이 입대 초 ‘군 생활 계획서’에 병 기본훈련, 체력단련, 자기계발·사회봉사 등 3개 항목에 자신의 목표를 적으면 직속상관은 진급 때마다 이를 평가해 객관적인 기록을 남긴다. 전역 한 달 전에는 이를 종합해 탁월(40%), 우수(30%), 보통(30%)으로 나눠 종합평가를 한다. 그리고 이 자료는 주요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취업 평가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본인 동의를 얻어 발급한다는 것이다.

군복무 성과 평가제도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오자 여론은 크게 두 갈래로 갈렸다. 군복무 기간을 자기계발의 기회로 삼을 수 있고, 경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가 있는 반면 병역의무 이행으로 오히려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병사 간 경쟁과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자못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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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의 장점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논리의 초점이 주로 상대평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점은 뭐든 정책적 대안을 찾는 데 지혜를 모으기보다는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이 이번 사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제도의 좋은 취지는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해법은 없을까? 미군의 경우에는 제대 군인에게 ‘군 경력 및 교육 인증서(Verification of Military Experience and Training)’를 발급하고 있다. 평가 부대장 명의로 발급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인증을 한다. 즉 군 경력을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인증 분야는 군에서 수행한 모든 경력과 이수한 모든 교육이다. 아울러 국방부에서 주관하는 자격증을 취득했을 경우도 포함된다. 그리고 이 제도의 장점은 절대평가다. 결코 개인의 노력이 동료의 능력에 따라 작거나 크게 평가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제도는 군 복무자의 잠재능력 개발과 전역 후 사회 진출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제도의 장점을 받아들여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발표된 것처럼 단순하고 획일화된 평가항목이 아니라 첨단 디지털 군대에 맞게 다양한 경력과 교육은 물론이고 자격이 반영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좀 더 연구할 시간이 필요하다. 군복무 중인 병사를 포함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단순히 국방부의 방침으로 시행하는 것보다는 국가 차원의 군 경력관리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방자격법을 비롯한 법률의 제정과 관련 법률의 정비도 뒤따라야 한다.

군복무 기간을 자기계발 기회로 삼고, 경력을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줄로 안다. 이는 군복무를 하는 개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강군의 초석이 되고, 사회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구섭 한국국방연구원장

▼평가 공정성 갖출 시간 부족▼

내년 시행은 너무 일러… 등급제보다 포상 확대를



국방부가 생산적인 군복무를 위해 평가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제대 후 취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좋은 취지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남을 돕겠다고 나섰다가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좋은 평가시스템이란 평가를 받는 사람이 결과에 승복하는 제도다. 특히 직속상관의 도전받지 않는 리더십이 생명인 군에서 부작용이 없는 평가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환영받지 못하는 평가제도는 군의 위계질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군복무 평가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평가의 일반준칙을 충족해야 한다. 평가의 일반준칙이란 객관성 투명성 공정성 그리고 타당성이다. 객관성이란 직속상관의 전횡 가능성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투명성은 병사들이 부당한 평가결과에 대해 정정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공정성이란 복무 여건에 따라 상이한 능력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벙커에서 근무하는 작전병은 사격이나 무술에서 뒤떨어지기 마련이므로, 평가대상자를 근무 특성에 따라 잘 분류해야 한다. 타당성이란 평가항목이 군인생활에 적합한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군이 병사의 어학능력을 평가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군의 역할이 아니다. 오히려 군인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체의식, 희생과 배려, 책임감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군복무 평가제도는 병사들에게 동기유발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민주적인 통솔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제도 도입의 비용만 들고 실효성은 없는 허울뿐인 평가제가 되거나 고밀집 공동체 사회에 위화감을 일으키지 않도록 도입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실 고된 훈련과 엄격한 규율을 인내하면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병사들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데 평가는 경쟁을 기본 원리로 하고 패자를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군복무에서는 평등하지만 그 결과에서는 평등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군복무 생활이 전역 이후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현재 군 가산점을 받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사실상의 군 감점제 효과를 걱정하고 있다. 전투전력 향상의 핵심요소인 사기 진작을 위해 병사들의 우려를 최소화하는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올해 말까지로 되어 있는 시범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제도 도입의 조급성은 제도의 미비함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둘째, 평가를 토대로 병사 등급제를 실시할 것이 아니라 우수병사 포상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고 한주호 준위의 희생정신은 많은 군인에게 귀감이 되어 군의 정신을 한 단계 고양시켰다. 이처럼 모범병사에 대한 표창을 활성화하는 일이 당사자와 부대를 위해 더 생산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고상두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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