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프랑스어 수업 고생했지만 지금은 ‘최고’ 얘기 들어…

  • Array
  • 입력 2010년 7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인 첫 파리오페라발레학교 입학한 허완 군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학교에 입학한 허완군은 10분 이상 계속 점프를 하면서도 발끝이나 손끝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면서는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기숙사가 제일 좋다”고 말하는 10대 청소년이었다. 홍진환 기자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학교에 입학한 허완군은 10분 이상 계속 점프를 하면서도 발끝이나 손끝에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면서는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기숙사가 제일 좋다”고 말하는 10대 청소년이었다. 홍진환 기자
기자의 질문에 ‘예, 아니요’로만 대답하던 소년은 카메라 앞에 서자 의젓한 발레리노로 탈바꿈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곧 점프를 해보이며 새처럼 날아올랐다.

21일 오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허완 군(15)은 1년 새 10cm 넘게 키가 컸다고 했다. 허 군은 2009년 9월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학교에 입학해 연수생으로 공부한 뒤 올해 6월 교내 콩쿠르를 통과해 9월부터 정규 학생 자격으로 3학년 과정(한국의 고교 1년)에 들어간다. 연수생 7명 중 허 군을 포함해 3명만 합격했다. 파리오페라발레학교는 볼쇼이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등과 함께 세계 5대 발레단에 들어가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부속학교다. 300여 년의 전통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한국인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6년 과정에 학생은 학년별로 남녀 각 10여 명. 프랑스 정부가 기숙사비를 제외한 모든 학비를 지원한다.

“(지난해) 입학시험 볼 때요? 떨리지는 않았고 좀 허무하면서도 시원했어요. 10분 정도 걸렸거든요.” 예원학교와 국립발레단 아카데미를 다니던 허 군은 2009년 5월 입학시험에서 수영복을 입고 신체검사를 한 뒤 교사가 보여주는 동작을 따라했다. “시험 끝나고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을 때 처음엔 떨어진 줄 알았어요. ‘H’를 ‘o’으로 읽는 프랑스어 발음 때문에 ‘허완’을 ‘우완’이라고 불렀거든요. 지금도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요.”

허 군은 매일 오전 6시 45분에 일어나 오전에는 학과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발레수업을 한다. 클래식 발레부터 포크댄스, 캐릭터댄스, 무용사는 물론이고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는 법을 공부한다.

바쁜 시간표지만 취침 시간만은 오후 10시로 정해져 있다. 식사는 성장기에 맞도록 전문 요리사 2명이 식단을 짠다. 남학생은 매주 한 번씩 체조 수업이 있어 부상을 막고 근력 발달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따로 하기도 한다. 허 군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무용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전에는 점프할 때 다리에 힘이 부족했는데 지금은 확실히 힘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제일 재미있는 수업은 클래식 발레예요. 처음에 어색했던 건 뮈지크 수업이고요. 음악을 듣고 자유롭게 춤을 추는 수업인데 동작과 동작이 잘 연결되지 않아 애를 먹었어요.”

프랑스로 가기 전 2년간 허 군을 지도했던 정진아 국립발레단 아카데미 전임교사는 “무릎과 발등의 유연성이 뛰어나 신체 코디네이션(팔이나 다리 등 신체 각 부분이 서로 다른 동작을 한꺼번에 수행하는 능력)이 좋다. 복잡한 동작을 따라해야 하는 클래식 발레 수업이 쉬운 것도 그 덕분”이라고 말했다.

유학 초기에는 프랑스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첫 학기에는 “수업 내용을 못 알아듣는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3학기째인 지난 학기 성적표에는 “무용수로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사이 복슬복슬한 털옷을 자주 입고 다녀 ‘곰’이라는 별명도 얻었고 친구들과 컴퓨터로 자동차 레이싱 게임을 하는 재미도 알았다.

허 군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 무용수인 마뉘엘 레그리를 가장 좋아하는 무용수로 꼽았다. 하지만 장래희망을 묻자 의외의 답이 나왔다. 새 학교가 소년에게 새 날개를 달아준 듯했다. “학교에서 안무 숙제를 내줬는데 제가 음악에 맞춰 동작을 짜는 게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훌륭한 안무가가 되고 싶어요.”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