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대생들에게 性的발언, 국회의원 수준 이 정도인가

동아일보 입력 2010-07-21 03:00수정 2010-08-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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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여성과 아나운서 직업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 의원은 16일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했던 대학생 20여 명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했던 그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며 “옆에 사모님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이 보도되자 강 의원은 “정정보도청구와 함께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들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서 우스갯소리를 한 건 맞지만 성적(性的)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동석한 대학생들 사이에서 문제가 된 것을 보면 적절한 우스개는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주성영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당의 위신을 훼손한 것으로 판단한다. 강 의원의 소명이 (국민을) 설득하기에 부족하다”며 제명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리위는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여러 경로로 학생들의 의사를 확인했다. 참석자도 많고 민주당 여성의원도 동석한 자리인 만큼 진상을 가리는 일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천박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한나라당 여성의원들은 “강 의원의 여성 비하적이고 성차별적인 발언은 개혁과 쇄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당에 대한 해당(害黨) 행위이며,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중차대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이 사모님만 없었으면 번호를 따갔을 것”이라는 말도 여학생들 앞에서 할 수 있는 우스개는 아니다. 아나운서연합회는 ‘강 의원은 엄청난 충격을 받은 전체 아나운서들에게 사과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연합회가 분노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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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5년 중앙당 운영위원 시절에도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칼럼을 쓰면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우선 그녀는 섹시하다’는 글을 올려 빈축을 산 적이 있다. 공인 중의 공인이라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성적 표현을 쓰는 말버릇을 버리지 못하다 설화를 빚은 것이라면 동정을 살 여지도 없다. 국회의원이나 공직자들의 성희롱은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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