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체벌금지’ 일방결정에 혼란 확산

동아일보 입력 2010-07-21 03:00수정 2010-07-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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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벌 청소도 시키지 말라니…” “반성문도 금지다. 영어 단어를 연습장에 써오라거나 벌 청소를 시키는 것도 받아들이기에 따라 신체적 체벌로 느낄 수 있다.”(서울시교육청 관계자)

시교육청이 19일 모든 학교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힌 이후 일선 학교는 혼란에 빠졌다. 한 교사는 “대체 체벌의 범위가 어디까지냐. 교사의 손을 아예 묶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 시교육청 오락가락에 학교 대혼란

시교육청은 체벌 전면 금지 지침을 발표하면서 “손바닥을 한 대 맞거나 무릎을 꿇는 것은 물론이고 반성문을 쓰는 것도 금지”라고 밝혔다. 사실상 신체에 가하는 체벌 외의 ‘교육적 처벌’까지 전면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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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은 불을 보듯 뻔했다. A초교 교감은 “학생에 대한 교사의 모든 제재 수단을 금지하겠다는 건데 학생들의 무분별한 신고로 교권이 침해될 것”이라며 “극소수의 문제를 너무 침소봉대한 것 같다. 면학 분위기를 해쳐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도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B고교 교사는 “미국에서는 체벌이 없다고 하지만 교사가 퇴학을 비롯해 학생 징계를 결정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런 권한이 없다”며 “체벌마저 사라지면 학생을 훈육할 교육적 기회를 모두 잃게 된다”고 토로했다.

혼선이 빚어지자 시교육청은 20일 “어제는 설명을 하느라 그런 것이고 아직 기준을 정하지 못했다. 학부모, 교사, 학생,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통해 8월 말까지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노현 교육감도 “봉사활동이나 반성문을 금지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현재 반성문이 잘못 쓰이고 있다. 작은 잘못을 했는데도 서너 장 쓰라고 하면 전혀 반성의 효과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 학교 자율권 침해 논란

초중등교육법이 정한 대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의 심의를 거쳐 자체 체벌 규칙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학교들은 “이번 지침은 월권”이라고 반발했다.

서울 C중은 체벌 규칙을 학운위를 비롯해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결정한다. 이 규칙에 따르면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 학생은 팔굽혀 펴기(50회 이하), 오리걸음, 휴지 줍기나 껌 자국 제거하기 같은 벌을 받는다. 또 회초리는 길이 50cm 이하, 지름 1cm 이하를 사용하고, 10회 이상 때릴 수 없다. 체벌 전 지도교사는 학생에게 수용 여부를 확인하고 학부모에게도 체벌 내용을 통보한다. 박모 교사는 “지금까지 학생, 학부모, 교사 그 누구도 전혀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번 ‘체벌 전면 금지’ 지침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학교의 선택권은 더욱 제한된다. 조례는 법령이기 때문에 조례를 지키지 않으면 행정처분을 받아야 한다. 한 고교 교사는 “학생인권조례가 없이도 평등하게 학교 운영을 잘하는 학교들이 더 많다”며 “무슨 일이든지 ‘전면, 일절 금지’는 깊이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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