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택수]문맹퇴치를 G20 의제로

동아일보 입력 2010-07-20 03:00수정 2010-10-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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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은 하루 1.25달러 이하의 생활비를 쓰는 사람을 극빈자로 정의하고 지난해 현재 약 11억8000만 명이 굶주림의 결과로 고통과 절망에 허덕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약 5000만 명의 극빈자가 추가로 발생했다고 한다.

1960년의 우리도 세계 최빈국의 국민이었다. 79달러의 소득으로 1년을 연명했다. 50년이 지난 2010년의 우리는 선진국 국민 못지않게 여유로운 생활을 즐긴다. 절망에서 희망을, 가난에서 풍요를 실현한 우리의 체험을 바탕으로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는 어렵게 선진국을 설득해 굶주림 탈피를 위한 개발 문제를 11월의 서울회의 의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준비위는 후진국의 인적자원 개발에 역점을 두어 기술교육과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고등교육과 산업 분야의 연계를 촉진시킬 것을 개발의제에 담기로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중등교육을 받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논의할 때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준비위가 기울인 그동안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서울회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안을 추가하고자 한다.

전 세계에는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7억7000만 명의 비문해자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극빈 계층이다. 이들을 앞에 두고 대학교육이나 기술교육을 논의한다는 것은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바느질을 하겠다는 우를 범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는 전 인구의 40%가 극빈자로 산다. 이들 중 70%는 까막눈의 비문해자이다. 아프리카연합의 보고서에 의하면 까막눈의 3분의 2가 여성인데 이들이 아프리카 식량 생산량의 3분의 2를 담당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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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우리는 문해 교육에 대한 다양하고도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세계 문맹 퇴치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청년이 중소도시 및 농촌에서 문해 교육을 했다. 6·25전쟁 후에는 유네스코 학생건설대를 포함한 전국 대학생이 다양한 형태의 문해 교육 활동에 참여했다. 이러한 전통은 야학과 농활의 이름으로 1960∼80년대에 최고조에 달했다. 그 결과 1945년의 우리나라 비문해율이 80% 수준이었지만 오늘날에는 1.5%로 낮아졌다.

개발을 위한 문해 교육의 역할은 다양한 형태의 연구에서 나타난다. 유네스코는 문해 교육이 개인에게 잠재력 개발, 정치 참여, 건강 유지, 가족 보호, 여성 평등 같은 긍정적인 기회를 준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하버드대의 경제학 교수인 배로를 비롯한 많은 경제학자는 성인 문해율이 경제성장 혹은 생산성 증대를 가져온다는 실증적 결과를 제시했다. 이들의 연구에서 한국의 사례를 자주 인용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는 문해 교육과 초등교육, 산업화와 민주화로 이어진 한국의 선순환 경제성장 체험을 후진국의 사정에 맞게 모형화하여 전수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우리의 역량에 부합되면서 일류 선진국과 차별화되는 국제협력 방안이 된다. 따라서 문해 교육이 서울회의에서 논의될 개발의제의 일부로 채택되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의제는 기존의 주요 8개국(G8) 개발 논의와는 분명히 차별화되고 주요 20개국(G20) 체제의 영속성을 위한 논거로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고기를 주기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식의 지원이 장기적 관점에서 후진국에 특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택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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