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짓 정비’ 헬기 추락, 軍당국 책임도 물어라

동아일보 입력 2010-07-20 03:00수정 2010-07-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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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검의 수사 결과 해군 군수사령부와 계약을 맺은 정비업체 D사가 링스 대잠(對潛) 헬기와 P-3C 대잠초계기의 레이더 부품을 지난 7년간 42차례나 거짓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혈세에서 나온 정비 비용 14억여 원을 사취(詐取)한 셈이다. D사 대표인 강모 씨는 회사 자금 1억900여만 원을 직원 봉급으로 지불한 것으로 꾸며 착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침몰한 천안함의 인양작업이 한창이던 올해 4월 해군 소속 링스 헬기 두 대가 서해와 남해에서 잇따라 떨어졌다. 4월 15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제3함대 소속 링스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등 4명이 숨지고 110억 원짜리 헬기를 잃었다. 이틀 후인 4월 17일 밤에는 서해 소청도 부근에서 재침투 가능성이 있는 북한 잠수정을 수색하던 링스 헬기가 전파고도계 이상으로 모함(母艦)인 왕건함에 내리지 못하고 바다에 불시착했다. 다행히 조종사 등 3명은 무사히 탈출했으나 헬기는 정비를 마치고 다시 날기까지 1년이 필요하다.

진도 해상에 추락한 링스 헬기는 조종사들의 ‘비행착각’이 원인이고, 왕건함의 링스 헬기는 D사의 정비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해군 측의 해명이다. 그렇지만 사고가 난 헬기들이 부실 정비를 받지 않았는지 철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 D사의 허위 정비는 군에서 먼저 적발한 것이 아니다. D사 관계자가 내부 비리를 고발하는 형식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이처럼 조종사와 고가의 헬기를 희생시킬 수 있는 부실정비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군 당국만 모르고 있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D사와 해군 관계자 사이에 범죄 공모가 없었는지를 포함해 군의 책임소재를 파헤칠 필요가 있다.

해군은 해외나 자체 정비창에서 정비할 경우 국내업체에서 정비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국내업체에 정비를 맡긴다고 한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해군이 갖고 있는 다른 23대의 링스 헬기도 사고를 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링스 헬기와 대잠초계기의 부품은 매우 다양해 부품별로 정비회사가 따로 있다. 이 때문에 어느 한 회사만 부정을 저질러도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 해군은 제대로 정비가 이루어졌는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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