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골라야 할지… 내라는 대로 내라?

동아일보 입력 2010-07-20 03:00수정 2010-07-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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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제 최대 수만개… 알뜰 주부도 머리 지끈 국내 휴대전화와 일반전화 및 인터넷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 요금제를 모두 합친 통신요금제 수가 60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19일 현재 SK텔레콤과 KT, LG U+ 등 통신 3사가 공식적으로 밝힌 요금제 수는 각 사가 49∼133개에 지나지 않았으나 실제로 가능한 통신요금제 경우의 수를 세어보면 회사별로 20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결합상품까지 더하면 통신요금제 가짓수는 최대 수만 개에 이른다.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짓수가 너무 많아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선택 불가능할 지경”

SK텔레콤과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가 공식적으로 밝힌 요금제 수는 각각 49개와 23개로 둘을 합하면 72개다. 하지만 기본적인 요금제에 더해 2단계로 할인요금제를 고르고 3단계로 선택하는 옵션까지 감안하면 경우의 수는 2000여 개에 이른다. KT와 LG U+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양사 모두 기본요금제에 할인요금제와 옵션을 곱하면 가능한 경우의 수는 2000개나 된다.


요금제가 이처럼 많다 보니 소비자들은 스스로 고르는 것을 포기하고 통신사들이 원하는 요금제에 들 수밖에 없다. 1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SK텔레콤 대리점. “어떤 요금제 쓰세요”라는 직원의 질문에 기자는 월 3만5000원짜리 기본요금제를 쓴다고 했다. 그러자 직원은 곧바로 “일반폰은 무료통화 250분이 제공되는 무료음성2, 스마트폰은 월 4만5000원짜리 올인원이면 됩니다”라고 했다. 다른 요금제는 없냐고 묻자 “이 요금제가 제일 잘 맞을 겁니다. 다른 건 볼 필요도 없어요”라고 했다. 인근의 다른 대리점이나 판매점 5곳도 똑같았다. 소비자에게 권하는 요금제는 한두 가지로 한정됐고 판매자들은 요금제에 대한 설명보다는 보조금 지급 등 할인혜택 설명에만 열을 올렸다. 요금제 가짓수 과잉이 역설적으로 선택의 자유를 없애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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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가 음성과 데이터, 문자 등을 묶어 놓은 요금제를 어쩔 수 없이 골라야만 하는 경우도 생긴다. 회사원 오승준 씨(30)는 지난해 12월 애플 아이폰을 샀다. 요금제는 I-슬림을 쓰다 I-라이트로 바꾸었다가 5월에 다시 I-프리미엄으로 옮겼다. 데이터통신량은 남아돌지만 음성통화를 많이 하다보니 한 달 요금이 10만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오 씨는 “무료 음성통화 시간을 많이 주고 데이터통신을 줄여주면 좋을 텐데 패키지로 선택할 수밖에 없어 억울하다. 현재 요금제는 음성도 200분 남고, 데이터도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수많은 요금제 중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는 없는 것이다.

○ 합리적 선택하게 해줘야

물론 선택의 기회가 많은 것이 좋다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에서는 소비자에게 많은 선택의 기회를 줄 때보다 적당한 수의 선택 기회를 줄 때 실제로 선택을 하고 선택한 것에 만족한다는 결과가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

또 이명박 정부의 공약 중 하나가 통신 서비스 요금의 20% 인하인데 요금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하면 실질적으로 통신비를 내린다고 해도 소비자들에게는 전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의 가계지출 대비 통신요금 비중은 2008년 4.4%, 2009년 4.3%로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9월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 통신사를 불러 모아 통신요금 할인 대책을 발표하도록 했다. 통신사들은 복잡한 요금제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0개월 뒤 상황은 정반대다. 통신사의 공언과 달리 지금 소비자가 선택해야 하는 통신요금제는 스마트폰과 가족요금제의 등장으로 오히려 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주용 연구원은 “자신의 통신 이용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자신의 통화패턴 분석을 통한 적절한 요금제 선택이 필요하지만 요금청구서는 표준화돼 있지 않고 회사별로 달라 분석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이미하 인턴기자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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