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로 유라시아 횡단-⑦] 몽골 초원에서의 ‘하이사이드’

동아일보 입력 2010-07-19 17:23수정 2010-07-2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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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 : 몽골 울란바타르(6월 21일)~바얀홍고르(6월 22일)
6월 21일 월요일 아침 울란바타르에서 일찍 병원에 들러 의약품을 보충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병원에 대한 신뢰가 높아 병원은 언제나 북적거린단다. 한국의사가 적지 않아 신속하고 수월하게 필요한 약을 받을 수 있었다. 여장을 꾸리고 호텔을 출발해 시내 한국마트에 들러 음료와 식량을 채워 넣었다.

몽골 여정에 도움을 준 곽 대표는 힘내어 완주하라는 의미에서 쌀이며 부식을 한 아름 가방에 밀어 넣었다. 시내의 경계까지 안내한 그는 "오늘 하루만큼은 포장이 잘 된 길이니 걱정 말라"는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몽골랠리를 시작하는 셈이다.

울란바타르를 빠져나오니 약200km구간은 쭉 뻗은 포장도로가 펼쳐졌다. 도로 앞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몽골초원의 풍경을 감상하며 시원하게 내달리자 가슴이 상쾌해졌다.

"이렇게 가면 3일이면 몽골은 그냥 빠져 나가겠네."
"오늘은 저 언덕 꼭대기에서 캠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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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런 풍경에 신이 난 대원들은 다가올 몽골 랠리의 고난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은 쏟아지는 몽골 초원의 별빛을 바라보며 편안한 야영을 즐겼다.

몽골사막


▶ 몽골 초원에서 여유롭게 즐긴 은하수

다음날 아침 다시 행장을 꾸리고 라이딩을 시작했다. 포장도로가 이내 끝이 나고 이어 험난한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몽골의 비포장도로는 러시아와 완전히 달랐다. 러시아길이 포장의 전단계로 모래나 자갈을 일정하게 깔아놓은 상태였다면 몽골은 그냥 초원에 차들이 다니면서 만들어진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도로'였다.

그러다보니 몽골의 길은 그 상태가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었다. 수풀길, 황토흙길, 고운 모래길, 자갈길. 부드러운 풀밭길… 등이 차례로 펼쳐졌다. 그러다 갑자기 모래밭이 등장하면 바이크 앞바퀴는 모래펄에 깊이 처박히며 심하게 휘청거리는 것이다.

당연히 운전자 입장에서 조심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하루 300km이상을 가야하는 일정에 쫓기다 보면 속도를 늦출 수 없게 된다. 로드가 앞서 열심히 달리지만 제일 무거운 모터사이클을 가져온 셋째(심재신)는 앞뒤바퀴가 심하게 흔들리며 속도를 내지 못해 뒤로 처지고 말았다.

로드는 가다가 기다리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던 도중 셋째는 그만 내리막 모랫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한두 번 넘어지는 게 아니다. 잠시 후에는 빠른 속도에서 보다 큰 슬립다운(미끄러짐)을 겪게 되고 바이크 사이드백이 크게 손상되기도 했다.

이제 겨우 150km 전진했을 뿐인데 걱정이었다. 바얀홍고르라는 큰 마을을 지나면서 물과 식량을 보충하고 마을을 조금 벗어나 언덕 끝에 위치한 게르로 향해 주인에게 인사하고 그 앞마당에 텐트를 설치했다.

바양홍고르게르의 가족과 함께


▶ 하루에 10시간 이상 라이딩 위해선 손목근육이 필수

셋째 자신도 나름 험한 길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진행을 했으나 바로 앞에 자갈길과 모랫길을 만나자 맘처럼 쉽게 바이크를 조정할 순 없었다. 하얀 흙먼지를 일으킨 바이크는 오른쪽으로 빙글 돌며 넘어졌는데, 뒤에 따라오던 둘째(김은석)가 놀라 확인해 보니 오른쪽 사이드 백이 찌그러지며 안에 내용물도 여기저기 흩어져 버렸다.

다행히도 몸은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셋째는 자신의 몸보다 먼저 바이크 상태를 확인하고 멋쩍은 듯 웃으며 지었다.

"형들 저 미끄러지는 거 봤어요? 이거 촬영했나요?"

첫마디가 이런 식이었으니 아직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듯 보였다. 제일먼저 운행에 지장이 없게끔 사이드백을 수리했다. 망치로 몇 번 뚝딱거리니 별 이상이 없어 보였다. 다시금 짐을 꾸리고 끈으로 단단하게 고정해 곧장 출발했다. 시간과 진행거리에 대한 부담감은 다들 가지고 있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서는 겸허한 마음을 갖고 그저 묵묵하게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넘어진 셋째는 손목 통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사실 손목의 통증은 출발 전부터 문제가 됐다. 핸들을 통해 전해오는 작은 진동이라도 라이딩 시간이 10시간이 넘어가면 손목에 무리가 오기 때문이다. 관절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육을 키워야한다. 근육이 진동과 충격을 흡수해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여행 전부터 팔 근육과 등근육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그렇게 강조했건만 연일 계속되는 격무로 전혀 준비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여행 중에 아픈 손목에 쓸 수 있는 약은 항염증제와 진통제가 전부다. 손목 쓰지 말고 쉬라는 얘기는 서울의 편안한 레스토랑에서나 할 수 있는 얘기다. 앞으로 1500km 오프로드의 강한 진동이 기다리고 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음날 수요일 아침 일찍 행장을 꾸리고 출발에 나섰다. 일정대로 금요일 몽골 국경을 넘으려면 오늘부터는 300km를 넘게 달려야한다. 출발 전부터 손목부상을 입은 셋째의 표정은 심하게 그늘져 있었다.

오전 내내 달렸지만 느린 속도의 셋째 탓인지 100km도 가지 못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다시 한번 사고가 발생했다. 뒤처지는 일정에 다급해져 실력에 맞지 않게 무리하게 속도를 내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

첫째사고후 수습


▶ 로우사이드와 하이사이드…, 드디어 닥친 위기

서쪽으로 갈수록 길은 점점 더 모래가 많아졌다. 어제까지는 앞바퀴가 모래에 묻혀 흔들리면 스로틀을 감아 뒷바퀴 구동력을 증가시켜 바이크를 똑바로 서게 하는 방법이 통했는데 이날은 아니었다. 앞바퀴가 모래에 박혀 스로틀을 감아 빠져나오는 듯하더니 바로 앞에 또 다른 모래 무덤에 앞바퀴는 더욱 깊이 박혔다.

앞바퀴의 회전이 감소하고 뒷바퀴의 회전이 증가하게 되면 모터사이클의 뒷바퀴는 공중으로 뜨게 되면서 앞으로 구른다. 이때 라이더는 공중으로 내팽개쳐진다. 모터사이클이 넘어지는 것을 크게 로우사이드와 하이사이드로 구분하기도 한다.

어제의 슬립다운처럼 감속 또는 가속을 하다가 뒷바퀴 접지력이 약해지면서 사뿐히 넘어지는 것이 '로우사이드'이다. 이날처럼 뒷바퀴 구동력이 앞바퀴의 전진성을 뛰어넘어 바이크가 앞으로 한바퀴 구르게 되는 경우를 '하이사이드'로 부른다.

하이사이드에서 라이더는 대부분 머리부터 떨어지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 필자는 시속 70km언저리에서 스로틀을 감다가 하늘로 날아 헬멧의 오른쪽 윗부분과 오른쪽 어깨로 땅에 떨어졌다. 모터사이클의 깨진 부품들이 내동댕이쳐진 나보다 더 멀리 날아갔다.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머리가 띵했다.

쓰러져 "아~"하는 탄식을 뱉은 후 자가진단에 들어갔다. 발가락을 움직이고 손가락을 움직여봤다. 일단은 괜찮다. 고개를 살짝 돌려 바이크를 봤다. 덤블링 후 주행방향과 거꾸로 놓여 있는 바이크와 주변에 부서진 파편들이 보였다.

잠시 후 뒤따라오던 막내(최태원)가 급히 달려오며 "형 괜찮아요?"라고 다급하게 물었다. 내 몸보다는 바이크의 안위가 걱정이다. "응 괜찮아, 시동이 걸리는지 먼저 확인해줘." 막내가 바이크를 일으켜 세우고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그제야 한숨을 쉬면서 큰 대자(大)로 누워버렸다.
작성자 = 이민구 / 유라시아횡단 바이크팀 '투로드' 팀장
정리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투로드팀의 몽골지역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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