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회장님 구인난’ 전경련, 체질개선이 먼저다

동아일보 입력 2010-07-17 03:00수정 2010-07-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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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경제인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회장 구인난’에 속을 태우고 있다. 6일 조석래 현 회장(효성 회장)이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퇴 의사를 밝힌 후부터다. 전경련은 단체 위상에 걸맞게 4대 그룹 총수가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4대 그룹은커녕 나머지 회원사도 손을 내젓고 있다.

‘모시려는’ 전경련과 ‘피하려는’ 기업 간의 판이한 속내는 15일 전경련 회장단 만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초청으로 2004년 10월 이후 처음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 모인 15명의 부회장단은 만장일치로 이 회장에게 전경련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예스(Yes)도 노(No)도 하지 않고’ 미소만 띤 이 회장의 의중을 전경련은 ‘신중한 검토’로, 삼성은 ‘거절’로 풀이했다. 삼성그룹 측은 만찬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정중하게 거절의 뜻을 밝힌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전경련 회장 선임이 난항을 겪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경련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일고 있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내년에 전경련이 50주년을 맞는 데다 초대 전경련 회장이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인 점을 감안하면 이 회장께서 나서줘야 한다는 게 부회장단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 직을 고사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전경련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기업들이 저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에 바쁜 지금은 과거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성장을 도모하며 전경련을 창구로 삼던 시절과는 딴판이다. 그룹들이 전경련을 통해 단일 목소리를 낼 이유가 사라진 것. 그럼에도 여전히 전경련 회장 직은 정치권과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피곤한 자리’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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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고질적인 회장 선임의 몸살을 끊으려면 전경련의 역할과 위상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근 전경련이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일에만 너무 치우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경련 내부에서도 회원사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다거나 여전히 이익단체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론이 커지고 있다. 일부 총수가 모임에 불참하는 이유도 전경련의 역할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전경련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김희균 산업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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