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준표의 속 좁은 몽니, 안상수의 안이한 개헌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7일 03시 00분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그제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지만 2등 당선한 홍준표 최고위원은 병원 치료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지도부 첫 공식 회의에서 안상수 대표 옆의 정해진 자리에 앉는 것마저 거부했다.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는 전당대회 때 자신이 안 대표에게 제기했던 ‘병역기피 의혹’을 다시 거론하며 “안상수 체제가 정당하냐”고 목청을 높였다. 자신이 1등 당선해 대표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속 좁은 몽니로 비친다.

한나라당은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 70%(1인 2표),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새 지도부를 뽑았다. 홍 최고위원은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에게 2.9%포인트 앞섰으나 대의원 투표에서 4.4%포인트 뒤졌다. 이런 방식은 당헌·당규에 따른 것이고 한나라당 스스로 정한 것이다. 홍 최고위원도 인정하고 출마했다. 그렇다면 속으로는 결과에 불만이 있어도 흔쾌히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 대표를 꿈꾼 정치인이 취할 태도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를 ‘민심역행 대회’라고 폄훼했지만 정작 민심을 보여주는 여론조사에서도 1위를 못했다. 그런데도 ‘민심’ 운운하고 대의원 투표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선거불복 심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어떤 경쟁방식도 완벽하지 않지만 기왕에 정한 방식에 따른 결과라면 군말 없이 받아들여야 민주주의가 유지된다. 만약 2012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홍 최고위원 같은 사람이 결과에 딴죽을 건다면 한나라당이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는가.

안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개헌 문제를 거론한 것도 안이했다는 인상을 준다. 개헌은 정파에 따라 이해를 달리하는 미묘한 문제로, 아무리 필요성이 있어도 이런 식으로 제기할 일이 아니다. 최소한 여권 내의 공감대부터 형성하는 것이 순리다. 개헌을 섣불리 추진한다면 여권 자체의 분열 심화는 물론이고 국론 분열과 국력 낭비를 초래하기 쉽다. 그러다 보면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표류시키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심정으로 구성한 새 지도부가 국민 앞에 보여준 첫 모습은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다. 당의 쇄신과 단합은 성숙된 자세와 깊은 성찰이 바탕을 이룰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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