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물 마시고 올게” 기지 발휘해 성폭행 모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6일 1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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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혼자 사는 여성 집에 들어가 성폭행하려던 30대 남성이 침착하게 대처한 해당 여성의 기지로 경찰에 붙잡혔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의 한 빌라에 혼자 사는 여성 김모 씨(26)는 이날 0시 경 방에서 잠을 자던 중 뭔가 몸을 답답하게 내리누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상한 기분에 눈을 뜬 김 씨는 속옷만 입은 낯선 남성이 자신의 침대에 올라와있는 것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남성은 갑자기 "소리 지르지 말라"며 잠에서 깬 김 씨 입을 틀어막았다.

김 씨는 순간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했다. "목이 말라 일단 물을 좀 마셔야겠다"며 남자의 손을 빠져나와서는 현관문 쪽으로 그대로 달아난 것.

김 씨가 큰 소리로 "강도야. 살려주세요"라고 밖을 향해 소리 지르자 김 씨를 성폭행하려 했던 이모 씨(35)는 당황한 나머지 벗어둔 바지를 한 손에 들고서 속옷 차림으로 현관문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김 씨 집 앞 쓰레기통에 숨겨둔 점퍼의 주머니에 자신의 신분증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신원이 드러날 것이 두려웠던 이 씨는 옷을 되찾으러 김 씨 집 근처로 다시 찾아갔고 주변을 서성이다가 김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그 자리에서 붙잡혔다.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이 씨의 주머니에서는 김 씨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증명사진 1장이 발견됐다.

서대문경찰서는 이날 특수강도강간미수 등 혐의로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잠금장치가 없는 김 씨 집 발코니 창문 근처에서 이 씨의 운동화 자국이 발견됐다"며 "이 씨가 이날 밤 오토바이를 타고 인근을 배회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인근 편의점에서 면장갑을 사서 끼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DNA 감정을 의뢰해 김 씨가 추가로 저지른 성범죄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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