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심]경로운임 책정때 노인 의견 반영했으면

동아일보 입력 2010-07-16 03:00수정 2010-07-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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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노인 무임승차가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당국에서는 노인의 무임승차로 인해 적자가 난다는 논리인데 결코 수긍할 수 없는 일이다.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는 노인을 우리사회의 어른으로 모시겠다는 경로효친 사상에 뿌리를 둔 제도이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령은 경로우대시설의 종류와 할인율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은 지하철을 비롯해 도시철도와 고궁, 국공립 박물관과 공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못 박고 있다. 법을 어기고 정책조정을 하겠다면 노인이 아니라도 국민들이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노인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점도 문제이다. 노인이 지하철을 무료로 타서 적자가 난다는 결론이라면 당연히 노인과 의논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되리라고 믿는다.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은 연례행사처럼 불거져 나오지만 노인단체나 노인대표에게 먼저 의논한 적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로우대정책을 손질하겠다면 무엇보다 노인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거늘 노인 단체나 노인의 의견은 들어보지 않은 채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노인을 위해 별도로 운행하는 열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노인이 무임승차를 해서 막대한 비용이 별도로 지출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10년이나 20년 뒤를 내다보고 어떻게 대처할지를 지금부터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앞으로 20년 후의 노인 인구비율이 전체 인구대비 20% 수준으로 증가한다면 70세 이상 노인에 한해서만 무임승차 혜택을 주거나 할인액을 차등 적용하는 보완책을 생각할 수 있다. 현재는 노인 인구가 10%가 약간 넘는 수준이므로 현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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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은 노인에게 주중엔 오전 9시 이후, 주말과 공휴일엔 시간제한 없이 시내버스와 지하철의 무임승차를 허용하며 민간업체에서 운영하는 관광버스도 20% 안팎의 할인혜택을 준다. 독일은 민간이 운영하는 버스에서 60세 이상 노인에게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노인을 무임승차시켜 주는 당국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노인을 어른으로 모시는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미덕이 경제논리로 훼손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되지 않기를, 대한민국 530만 노인을 대표해서 간절히 소망한다.

이심 대한노인회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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