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편지/윤상철]원조물품도 관세를?

동아일보 입력 2010-07-16 03:00수정 2010-07-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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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천국제공항이 5년 연속 세계 최고 공항상을 수상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인천공항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공항이 되었다는 생각에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현대적 감각의 외관, 편리하고 빠른 입출국 수속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문화 공간과 큰 면세점은 이미 국내외 많은 여행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공항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대한민국에 좋은 첫인상으로 이어진다.

에티오피아에는 볼레국제공항이 있다. 공항의 외견은 어느 아프리카 나라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아디스아바바 전역이 정전이 되더라도 볼레 공항만큼은 절대 정전이 안 되기에 정전이 된 날 밤에는 더더욱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볼레 공항은 어떠한 인상을 남길까.

비행기에서 보이는 공항의 모습은 수려하다. 한국건설회사가 시공한 활주로는 매우 탄탄해서 안락하게 이착륙을 할 수 있다. 모두 감탄하며 공항으로 들어오지만 입국하는 순간 이 모든 좋은 인상이 사라진다. 남을 존중하지 않는 세관원의 태도 때문이다.

짐을 찾은 뒤 세관 심사대를 통과할 때 겪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단 전기코드가 보이는 물건은 모두 검사 대상이다. 규정상 반입에 무리가 없다 해도 전자제품은 모두 검사를 받는다. 박스 포장은 물론 제품 안의 비닐도 모두 뜯어야 한다. 한국세관처럼 의심되는 물건만 검사하지 않고 세관원이 2, 3명씩 모여 잡담하면서 자신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검사를 하기에 여행객의 불쾌감은 극에 달한다. 항의를 해도 이 과정은 그들의 권리이며 기분 나쁘면 돌아가라는 식의 차가운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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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시에도 세관의 짐 검사는 입국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항공 수화물로 부칠 짐을 손상되지 않게 포장했다 해도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물건이 있는 경우 모두 풀어야 한다. 태도는 동일하다. 출국 심사대 옆에는 불쾌한 표정으로 짐을 다시 꾸리는 외국인이 항상 있다. 이들이 에티오피아를 떠나며 갖는 마음이 어떨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에티오피아를 자주 다니는 사람은 출국 시 아무런 짐 포장을 하지 않은 채 한 손에 노란 박스테이프를 들고 세관을 통과하고 거기서 짐을 싸는 능숙함을 보인다. 놀라운 적응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를 위한 단기 의료팀이 6월에 방문했다. 이들은 의료 봉사 및 수술을 위해 많은 장비를 갖고 왔다. 면세통관허가 서류가 있는데도 장비를 반입한 뒤 팔지도 모르니 500만 원가량 세금을 내라고 주장하는 세관원과 꼬박 하루 동안 실랑이를 벌어야 했다. 또 안경 살 돈도 없는 나이든 참전용사를 위해 가져온 돋보기는 개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모두 뺏기고 말았다. 1주일이 지난 뒤에는 암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됐다.

현지에 적응한 필자도 화를 참기 어려운 상황을 겪고도 시종일관 기쁜 마음으로 참전용사를 비롯하여 많은 현지인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의료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들의 헌신으로 의료 행사는 매우 성공적으로 끝났으며 이로 인해 에티오피아인의 마음에 대한민국이 좀 더 가깝게 다가갔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윤상철 KOICA 에티오피아 사무소 협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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