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쌀 남는다고 김정일 집단에 무조건 줄 순 없다

동아일보 입력 2010-07-16 03:00수정 2010-07-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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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비롯한 5개 야당과 한국진보연대 등 35개 좌파 단체가 대북(對北) 쌀 지원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은 그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통일 쌀 보내기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하고 북한에 쌀 보내기를 대중운동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농민단체들도 쌀 재고량의 급증에 따른 막대한 보관료를 줄이고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그러나 대북 쌀 지원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보내는 쌀이 북한 주민에게 가지 않고 주민을 억압하는 북한 집권층과 군부를 돕는 데 쓰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0년 30만 t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매년 평균 약 40만 t의 쌀을 북한에 지원했다. 이 쌀이 북한 특권층의 배나 불리고 전쟁 비축미와 전투부대 군량미로 전용된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다. 탈북자들을 조사한 결과 남한에서 지원한 쌀을 배급받은 적이 있다는 사람은 7.6%에 불과했다.

김정일 호전집단의 어뢰 공격에 희생된 천안함 용사 46명과 그 유족들을 생각하더라도 우리 쌀이 북한 집권층과 군부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이는 것은 용인하기 어렵다. 김정일 집단은 천안함 폭침에 대해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은커녕 우리에게 덮어씌우는 적반하장의 억지를 부리고 있다. 대북 쌀 지원 중단의 직접적 계기가 됐던 2008년 7월의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살해에 대해서도 사과나 재발 방지 약속을 하지 않았다.

더구나 북한은 지난해 3월 미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을 지원하겠다고 제의를 했음에도 이를 일방적으로 거부해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했다. 우리 정부의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옥수수와 분유 및 의약품 지원 제의마저 거부하면서 남쪽을 흔들겠다는 태도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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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배고픈 북한 주민에게 배급된다는 조건이 충족될 때 쌀을 지원해야 한다. 분배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모니터링이 가능해야 한다. 민주당이나 좌파단체들도 쌀이 남아도니 무조건 북에 보내자고 할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의 솥단지에 쌀이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라고 먼저 김정일 집단에 요구하는 것이 순서다. 쌀의 국내적 수급 불균형은 별개의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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