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저출산에 필요한 것은 문화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5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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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시설을 늘리고, 아이를 많이 낳는 가정에 지원금을 주는 정책도 단기적으로는 출산율에 도움이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한국의 '문화' 그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2300년이 넘으면, 단일민족으로서의 한국인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한국인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전망인 일명 '코리아 신드롬'을 주창한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교수가 방한했다. 보건복지부의 주최로 열리는 '인구변동 전망 및 향후 대응방안' 국제학술대회를 위해 한국에 온 콜먼 교수를 15일 서울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이번 학술대회는 정부의 제2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콜먼 교수는 "정부는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으면 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출산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굉장히 잔인하고 모욕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출산의 목적을 국가 노동력을 늘리기 위해, 또는 소비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늦게까지 일터에서 일해야만 하는 한국의 노동문화, 주거비와 교육비에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 환경이 출산과 육아에 큰 부담을 준다"며 "출산을 기쁨으로 생각하려면 한국사회에서는 우선 일종의 '문화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과 남성이 분담하는 가사비율 차이가 큰 것도 문제로 꼽았다. "한국여성은 밖에서 일하고 들어와 집을 치우고, 밥을 하고, 아기를 돌봐야 합니다. 집안에 노인이 있으면 노인을 돌보는 몫도 여성이고요. 해야 할 부담스러운 일이 많다면, 누가 아기를 낳겠습니까."

그는 한국인이 전통적으로 갖고 있는 결혼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의문을 제기했다. '결혼→출산→육아'라는 공식이 이미 서구에서는 깨졌다는 것. 미국과 유럽, 호주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가진 비혼모(非婚母)나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동거하는 커플들이 다양한 형태로 아이를 기르면서 살 수 있다. 한국사회가 보다 유연한 사고를 한다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려 있다는 제안이었다.

코리아 신드롬에 대해 그는 "2006년 당시에는 일종의 농담(joke)처럼 이야기한 것인데, 지금 한국의 저출산 양상을 보면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람과 정부가 바보가 아닌 이상, 몇 백년 뒤 한 민족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콜먼 교수는 믿고 있었다.

그의 농담이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가 5년 전 '세계인구포럼'에서 코리아 신드롬을 전망했을 때보다 상황이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만든 뒤 한국 정부는 20조 원 가까이를 출산장려정책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한국 여성 한 명당 평생 낳는 자녀수는 1.19명으로 5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이샘물(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노지현기자 isityou@donga.com






▲ 기획영상 = “한국, 300년후 소멸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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