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차령산맥을 따라서<13>흑성산

동아일보 입력 2010-07-15 03:00수정 2010-07-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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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 유관순 이범석의 교향
등산로 옆엔 100여종 수목 빽빽
60년 역사 병천순대로 유명
독립기념관 정문에서 바라본 흑성산. 이기진 기자
강원도에서 출발한 백두대간은 지리산으로 뻗어가면서 충청지역에서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경남 함양 백운산에서 금강호남정맥을 형성해 충청도 내륙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금강이남), 다른 하나는 속리산에서 충북 음성 쪽으로 한남금북정맥을 만들다가 경기 안성 땅에서 서남쪽으로 갈라지는 금북정맥이다. 금북정맥은 충남에서 흑성산(천안)을 시작으로 칠갑산(청양)→오서산(홍성·보령)→가야산(예산)→백화산(태안)을 거쳐 안흥항에서 그 자취를 감춘다.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에 있는 흑성산(黑城山·519m)은 충청기맥의 시발점으로 ‘민족의 성지’ 독립기념관을 감싸고 있다. 흑성산은 원래 검은성(儉銀城)이라 불렸으나 일제가 일본식으로 이름을 옮기면서 ‘흑성산’으로 바뀌었다 한다. 산 정상에는 둘레 660m, 높이 1.8m 정도의 성이 있었으나 지금은 일부만 남아있다. 성내에 방송 중계탑이 설치되면서 일부만 재현됐다.

흑성산은 풍수지리상 서울의 외청룡에 해당된다.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즉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의 길지(吉地)라 한다. 이 때문인지 산을 중심으로 김시민 박문수 이동영 유관순 이범석 조병옥 등 많은 구국열사가 배출됐다. 흑성산 아래 독립기념관과 관련해서도 암행어사 박문수의 일화가 전해진다. 영조 때 박문수가 죽자 묘소를 지금의 독립기념관 자리에 정했다. 이때 어느 유명한 지관이 “이곳은 200∼300년 후 나라에서 요긴하게 쓸 땅이니 동쪽에 묘를 쓰라”고 권했다는 것. 이에 따라 박문수 묘소는 지금의 북면 은석산에 자리 잡았다. 그가 죽은 지 227년 후인 1983년 8월 15일 독립기념관이 들어섰는데 이는 우연일까 필연일까?

흑성산 등산은 독립기념관을 정면으로 보고 우측으로 돌아 목천읍 교천1리-약수터-정상(3.2km, 1시간 20분), 목천읍 교천리 터널 앞 분기점-초막골-대광사 앞-묘지 앞(오른쪽)-갈림길(왼쪽)-정상(1.8km, 1시간)으로 가는 길이 주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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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면서 등산로 옆으로 보이는 숲은 밀림을 방불케 한다. 간벌하지 않은 숲 속에는 참나무류와 노린재나무 서어나무 옻나무 산벚나무 화살나무 덜꿩나무 소나무류 등 100여 종의 수목이 엉켜 자란다. 쥐손이풀 깨풀 조개풀 등 200여 종의 초본류도 어우러져 천혜의 생태를 뽐낸다. 그러나 최근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 산을 찾은 9일에도 방송국 중계탑에 이르는 길 옆에는 전원주택 개발로 시뻘건 황토 흙이 드러난 곳이 눈에 띄었다.

등산을 하고 난 뒤 독립기념관을 들러보고 이곳에서 7.5km 떨어진 유관순 열사 기념관과 생가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특히 천안을 방문하면 병천순대 거리를 찾는 게 필수다. 독립기념관에서 승용차로 10분쯤 떨어져 있는 병천에는 순대만 파는 30여 개 식당이 길옆으로 늘어서 있다. 주말과 휴일이면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붐빈다.

병천순대의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을에 대형 육가공 공장이 들어서면서 마을 사람들이 돼지머리와 등뼈 염통 등의 부산물을 공짜로 얻어 와 순대와 국밥으로 만든 게 시작이다. 이를 ‘청화집’과 ‘충남집’이 상품화하면서 모둠순대와 순대국밥을 파는 가게가 늘었다.

가게마다 맛이 다르다. 창업자들의 후손이 각기 전통비법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 주재료인 돼지 소창은 얼리지 않은 신선한 것을 사용한다. 그 속에 선지와 배추, 양배추, 당면, 파 등 온갖 양념을 넣어 만든 야채순대는 담백하고 쫄깃하다. 국물은 돼지갈비를 6시간 정도 푹 고아 진한 맛이 우러나온다. 음식점 주인들이 ‘병천순대협의회’를 조직하여 신선한 부재료를 공동으로 구입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국밥 5000원, 모둠순대 8000원.

천안=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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