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국양]軍에 현대기술의 옷 입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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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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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뉴스를 보고 막 자려 하는데 둘째가 뛰어 들어오며 큰일이 났다고 한다. 북한이 우리 군함을 침몰시켰단다. 이 순간 전쟁이 나면 어쩌나, 군대를 갔다 온 지 얼마 안 되는 첫째가 군대에 다시 가나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고 나서 처음 1주일은 지옥이었다. 모든 국민이 그랬겠지만, 혹시 살아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침투하는 적을 감시하는 일을 경계라고 한다. 낮이건 밤이건 맡겨진 공간 내의 어떤 종류의 움직임이라도 육안으로 파악하는 일이다.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은 다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경계 근무는 군에서 사병이 가장 싫어하는 일 중 하나이다. 사람의 눈이 정지된 물체를 계속 보노라면 쉽게 지치고, 조금의 움직임이라도 있는 경우 갑자기 놀라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동영상 기술에서도 계속 정지된 배경은 한 번 기록한 뒤 그 후로는 기록하지 않고, 움직이는 부분만 기록하여 동영상 파일의 저장 크기를 줄이는 영상처리 방법과 일면의 유사성이 있다.

인간이 육안으로 물체를 보는 과정을 물리적으로 설명하면, 먼저 태양 또는 전등에서 방출된 가시광선은 물체에서 일부 흡수되고 대부분 반사된다. 이렇게 반사된 빛이 각막의 렌즈를 지나 망막에 초점이 맺히면 시신경은 신호를 뇌에 전달하고 뇌는 분석을 통한 후 시각중추에서 영상으로 인식한다.

이 분석과정에서 정지된 물체에 대하여서는 적은 계산과정을 거친다. 정면이 아닌 측면에 있는 물체라도 움직이는 경우 우리 눈이 쉽게 파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폐쇄회로(CC)TV가 컴퓨터로 연결된 경우 컴퓨터의 분석 기능을 이용하면 우리 눈이 할 수 있는 경계 기능을 똑같이 수행할 수 있다. 미래에는 범죄 방지뿐만 아니라 군에서도 사병 대신 CCTV를 사용하는 날도 머지않았으리라.

가시광선이 아니며 파장 길이가 가시광선보다 몇 배 긴 적외선이나, 수천 또는 수만 배 긴 극초단파나 마이크로파를 이용하여 우리의 영공과 영해의 경계 근무를 수행할 수 있다. 극초단파나 마이크로파를 사용하는 경우 우리 각막보다는 훨씬 큰 렌즈가 필요한데 이 경우 렌즈 대신 영어로 커다란 접시라고 부르는 금속 오목 반사경을 사용한다.

007 골드핑거라는 영화를 본 사람은 기억하지만 카리브 해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섬에 있는 수백 m 크기의 레이더가 등장한다. 이 레이더는 실제로 지구로 접근하는 작은 혜성 또는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을 추적하는 데 사용한다. 우리가 보는 과정과 비슷하게, 마이크로파를 보내고 혜성이나 위성에서 반사되는 파를 다시 레이더의 접시를 통하여 집속한 후, 분석 과정을 거쳐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바닷속에서는 가시광선 적외선 극초단파 마이크로파가 모두 물에 흡수되어 사용할 수 없다. 움직이는 잠수함은 잠수함 자체에서 발생하는 음파나 일정한 지점에서 음파를 보내고 잠수함에서 반사되는 음파를 분석하여 영상화가 가능하다. 음파에 의한 영상은 해상도가 빛에 의한 장치보다 현저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또한 바다 깊이에 따른 수온 차로 인하여 음파가 진행하며 바닷속으로 휘어지는 이유로 수 km 이상 먼 물체의 추적은 불가하다.

예산만 확보할 수 있다면 별로 고가이지 않아도 되는 CCTV, 레이더, 음파 탐지기를 더 많은 곳에 설치하여 다시는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국방부가 요즈음 외양간을 고치는지 궁금하다. 다시는 그렇게 많은 젊은이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을 우리 모두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양 서울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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