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의날 특집] 7300개 업체의 대한건설협회 사령탑 권홍사 회장

동아일보 입력 2010-07-15 03:00수정 2010-07-15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해외수주 순풍에 돛단 배 제2의 중동붐 예감”

“지방업체 살아나야 지역경제도 다시 활기 입찰제도 빨리 바꿔야
2006년부터 150억 들여 사랑의 집짓기 운동 홀몸노인에 새 보금자리”

‘건설은 경제 버팀목’ 지난날 국민의신뢰-사랑 하루 빨리 회복해야죠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참여정부는 참 까다로웠지. 당시에 건설기술자 4000명을 사면시키고 200만 국민의 발코니 문제를 해결했으니 할 만큼 했지. 허허허.”
대한건설협회를 이끌고 있는 권홍사 회장은 38년 전 건설업계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에 근대적 개념의 건설업이 도입된 지 60여 년이 지났으니 이 기간의 절반을 함께한 건설계의 산증인인 셈이다. 그는 1975년 반도건설 회장으로 취임해 부산의 작은 건설업체에 지나지 않았던 이 회사를 시공능력평가 순위 50위권의 대표적 중견업체로 키웠다. 권 회장은 2005년 23대 대한건설협회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반도건설뿐만 아니라 7000개가 넘는 회원사를 대표하는 건설업계 수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8년에는 그동안 대형 및 중소건설사의 상생을 위한 노력, ‘사랑의 집짓기’ 행사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업적을 인정받아 24대 회장에 연임됐다.
2010년 7월 15일 건설의 날을 맞이해 대한건설협회를 이끌고 있는 권 회장으로부터 건설인, 그리고 건설업계 수장으로서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각 회원사 입장 정리가 가장 어려워…”


―대한건설협회 일 중 가장 힘든 점은….


“다양한 회원사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 아직도 어렵다. 대한건설협회 회원만도 7300여 개에 이르고 그 안에는 연간 매출액이 수조 원부터 수백만 원에 이르기까지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정부시책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때 각 업체의 양보를 이끌어 내기가 참으로 힘든 과정이었다. 이렇게 힘들게 일하지만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회원사의 편차가 크다 보니 뭔가 결정을 내리면 꼭 아쉬운 소리하는 업체들이 있고 아직도 건설업자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도 많다. 정치권도 예전처럼 건설업계를 인정해 주지 않는 분위기다. ‘혼자 괜히 뛰어다니나’ 싶을 때도 있다.”

주요기사
―반도건설 회장과 대한건설협회장을 겸임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대한건설협회장을 맡은 뒤로는 개인적인 휴가조차 제대로 한번 쓰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반도건설에 상무로 있는 사위가 연임을 결정할 때 “이제 그만하시죠”라고 만류했지만 한 번 더 총대를 메기로 했다. 하지만 작년에는 진짜 힘들어서 괜히 했다는 생각도 했다. 특히 회사 돌보기가 어렵다. 옛말에 머슴이 열 번 도는 것보다 주인이 한 번 도는 게 훨씬 낫다고 한다. 하지만 공사현장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협회 차원에서 결정한 사항 10개 중 7개 정도는 늘 회사 이익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래도 회장이니 앞장서야 하고 그러다 보니 실제 회사 규모나 이익도 좀 줄었다. 늘 반도건설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발코니 확장 합법화 등에 가장 보람

하지만 권 회장은 늘 맡은 바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보람도 있었다. 그는 “발코니 문제 해결과 건설업자 사면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거듭되던 발코니 확장 문제를 합법화하는 데 기여했고 2006년 8·15특별사면을 통해 행정제재를 받은 4441개 건설관련 업체와 4390명에 대한 사면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이러한 성과는 모든 일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에서 비롯됐다. 반도건설 사업도 마찬가지다. 반도건설의 브랜드 ‘유보라’는 그의 맏딸(권보라)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권 회장은 “내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아파트를 짓겠다는 다짐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자부했다.

권 회장은 30년 넘게 건설업계의 굴곡을 지켜봤던 만큼 최근 건설 경기 침체에 대해서도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이와 함께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2010년 하반기 국내 건설시장 전망은….

“정부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소극적인 데다 주택을 비롯한 민간 건축부문의 회복도 더디기 때문에 작년에 비해 시장규모나 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 역시 관련 금융규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가시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해외건설시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이어 올해는 수주액이 75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일본보다도 앞선 수치이다. 특히 추가적인 원전 수주가 이어져 제2의 중동 붐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여 긍정적이다.”

지방건설사 위기, “입찰제도 개선해야”

―지방건설사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역 중소건설업계의 침체는 하도급, 자재, 장비업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지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대표적으로 입찰제도를 개선해 지방중소업체의 참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조달청의 시공경험 평가기준을 낮추고 사전적격심사(PQ)에서 지역업체들의 참여도를 높게 평가해주는 등 PQ기준을 합리적으로 고쳐나갈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대해….

“우선 사업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 없이 잘나가던 부동산시장만 바라보며 무리하게 PF사업을 추진한 건설사의 잘못이 크다. 하지만 보증을 선 건설사만 믿고 무작정 PF대출을 해준 금융권의 책임도 있다.

국내 은행들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사업성 평가 대신 건설사에 과도한 보증을 요구하는 기형적인 PF대출을 해왔다. 계속 되풀이되는 건설사의 구조조정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금융기관의 잘못된 대출 관행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나눔 문화 선도로 건설업 인식 바꾸자

권 회장은 건설업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건설업자들을 사기꾼처럼 여기는 주변 시선에는 다소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는 “한국이 가장 어려울 때 섭씨 45∼48도를 넘나드는 중동에서 외화를 벌어 온 것이 건설인들이었다”며 “그때는 국민들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치켜세우더니 이제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까지 운운하니 건설업계 대표로서 그저 서글픈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또 부동산 거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경계했다. 역사적으로 많은 침략을 받았던 우리 민족은 특히 삶의 터전인 집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평생을 모아 마련한 3억 원짜리 집이 몇 달 만에 1억 원으로 떨어지면 그 심리적 충격은 엄청난 것”이라며 “최소한 물가 상승 수준의 주택 상승률은 유지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권 회장은 건설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2008년 협회 자체 실태조사를 통해 등록기준에 미달하거나 실적을 허위로 신고한 업체 2700여 곳에 부적격 통보를 했다. 나눔의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협회가 직접 나서기도 한다. 2006년부터 해온 ‘사랑의 집짓기’ 사업에 총 150억 원을 들여 경기 용인시, 전남 장성군 등 총 네 곳에 홀몸노인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끝으로 권 회장은 “고용의 측면에서 건설업은 서민경제와 가장 근접한 산업 중 하나”라며 “지금은 어려움이 있지만 앞으로 원전 등 다각화된 사업으로 다시 한번 국민들께 기쁨을 안겨 주겠다”며 건설업에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부탁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