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참모들, 국민 눈높이에서 보좌해야

동아일보 입력 2010-07-14 03:00수정 2010-07-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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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오랜 숙고(熟考) 끝에 청와대 보좌진을 개편했다. 임기 후반을 앞두고 여당의 6·2지방선거 패배와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실추된 국민 신뢰와 국정의 추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인적 개편의 첫 장(章)을 연 셈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소통의 정치를 소생시켜야 할 무거운 책무가 새 참모진에게 부여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 5개월 동안 ‘청와대에 비서만 있고 참모는 없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앞에서 민심을 제대로 전하는 참모가 없다는 소리가 청와대 내부에서 나올 지경이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이영호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을 비선(秘線) 보고라인으로 삼아 월권행위를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공직사회에 파다했다. 하지만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직언은 없었다. 이 비서관이 지난해 다른 수석비서관 산하 사무실까지 쫓아가 소란을 피우며 실세 행세를 할 때도 참모들은 대통령의 눈치 살피기에 급급했다.

청와대 참모의 할 일은 대통령의 말을 받아 적어 옮기는 것만이 아니다. 개인의 보신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하는 비서라야 진정한 참모라고 할 수 있다. 지방선거 패배 직후 대통령과 같은 고향 출신이 한나라당 사무총장에 기용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다가 당의 반발로 무산된 일이 있다. 선거 민심에 대해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했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4년 전 열린우리당에 비하면 대패라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자위(自慰)하며 집단적 사고(思考)의 늪에 빠져 있는 참모들은 대통령과 국민의 거리를 멀게 할 뿐이다.

지방선거 패배와 세종시 수정안 좌절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기보다는 당에서 나오는 공격을 방어하거나 책임을 떠넘기는 데 골몰한 참모들이 많았다. 자리와 공적을 놓고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정작 국민 눈높이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데 온몸을 던지는 참모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준 권력을 즐기는 데만 사용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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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참모진의 투 톱인 임태희 신임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은 모두 54세로 전임자들보다 열 살 안팎이 젊어졌다. 모두 경제통이다. 임 실장과 정진석 정무수석비서관은 각각 3선의 중진 의원 경력에 여야에서 두루 친화력이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선진화’와 ‘서민경제 살리기’라는 국정과제 추진은 물론, 여야 정치권 및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최대한 쏟아 부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박인주 사회통합수석비서관은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본부’ 상임대표를 지낸 인물이어서 이념 성향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과거 경력이 시비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능력과 균형감각을 바탕으로 국민 정서를 하나로 묶어내는 데 헌신해야 한다. 권력을 위임한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함으로써 민생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이 청와대 참모들의 사명임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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