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우려’ 메시지 보냈지만… 여권 파워게임 여진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 수습국면? 희생양 필요?… 갈등 어디까지

눈물 쏟은 정두언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는지… 난 경고 안받아”
주장 반복 이성헌 “총리실 문건 통째로 야당에… 곧 공개될 것”
의혹 부인 박영준 “사퇴설 사실무근”… 일각선 2선 후퇴 전망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아느냐”고 말하며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내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아느냐”고 말하며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종승 기자
《7·14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내 주류 진영의 내전(內戰)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갈등을 빚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최근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정인철 대통령기획관리비서관이 12일 사의를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와 중도 성향 의원들까지 끼어든 갈등의 여진은 계속됐다.》

○ 청와대, ‘우려’ 전달

이 대통령은 최근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소장 그룹의 리더인 정두언 의원과 선진국민연대 인맥의 핵심으로 지목된 국무총리실 박영준 국무차장 측에 “서로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국민의 눈을 의식하고 국민의 눈으로 봐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화합을 당부했다. 이는 6·2지방선거 패배 후 당정청이 새 진용을 갖춰가는 과도기에 불거진 여권 내부의 분란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 아래 ‘내전 중단’을 우회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야당의 ‘정권 흔들기’에 악용당하지 않도록 모두 애당심을 발휘해 관련 언급을 삼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권 핵심부에선 친이계 내부의 갈등에 친박계까지 가세하고 민주당이 분열을 부추기는 현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선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민연대 멤버로 금융기관과 공기업 인사 개입 의혹을 받아온 정인철 비서관이 이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인 이성헌 의원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유환 국무총리실 정무실장이 ‘영포목우회(영포회)’ 관련 내용을 야당에 제공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인 이성헌 의원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유환 국무총리실 정무실장이 ‘영포목우회(영포회)’ 관련 내용을 야당에 제공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여권 핵심부는 이영호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과 정 비서관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 정 의원과 박 차장은 자제 모드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여권 내 갈등이 수습되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도 선진국민연대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차장도 결국 자신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진위와 별개로 2선 후퇴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차장이 사퇴할 경우 여권 핵심부의 진짜 고민은 이번 사건이 박 차장의 사퇴로 마무리될지 아니면 그 이상으로 번질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눈물 흘린 정두언

정 의원은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사태의 본질은 청와대와 정부 내 비선조직의 존재와 측근의 부당한 인사 개입”이라면서도 “이를 권력투쟁으로 몰아서 사태를 덮을 수 없는 만큼 이제 정리과정을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나를 권력투쟁 당사자로 모는 것은 나라를 위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사태의 본질을 파악해 대통령이 조사하라고 했고 정리, 처벌 수순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견 도중 감정이 격해진 듯 “내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는지 아느냐”며 울먹이기도 했다. 자신이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여권 내에서 이번 일을) 권력투쟁으로 몰거나 대통령의 뜻을 왜곡시키는 일이 있으니 정 의원이 이를 정리해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을 뿐 경고를 받은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자신과 가까운 총리실 김유환 정무실장이 야당에 (박영준 라인의 전횡에 대한) 자료를 넘겨줬다는 친박계 이성헌 의원의 전날 주장에 대해선 “이 의원이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 이성헌 “총리실 문건 통째로 야당에”

친박계 핵심인 이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사건의 본질은 권력 내부의 추악한 암투와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해온 세력 간의 파벌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세력이 자기네끼리 정부 인사 때가 되면 자기 사람을 서로 심으려 밀고 당기는 권력을 누려왔다”며 정두언 라인과 박영준 라인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 의원은 김 실장이 야당에 넘긴 자료에 대해선 “박 차장의 횡포를 막아달라는 여러 건의 제보 문건이 있다고 알고 있다”며 “총리실에서 생산한 문건이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민주당 쪽으로 다 넘어갔다. 이 역시 최근 받은 제보 내용 중 하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건을 직접 봤느냐”는 질문에는 “얼마 안 가 그 내용 중 일부가 언론에 공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만 대답했다.

김 실장은 이날 이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김 실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자”며 부인했다.

○ 김성식 “정두언, 이성헌 후보 사퇴를”


초선쇄신파를 대표해 전당대회에 나선 김성식 의원도 12일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가 끝나면 권력투쟁과 계파싸움에 앞장설 수밖에 없는 정두언 이성헌 의원은 (전당대회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권력 사유화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미 권력투쟁 당사자가 된 정 의원은 당의 변화를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사퇴할 용의는 없는가”라며 “정 후보가 사퇴해야 그동안 정 후보가 말해온 ‘구체제 복귀냐, 신체제 선택이냐’라는 전대의 의미가 분명해질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이 의원을 향해서도 “낡은 시각으로 계파적 이익에 집착해 황당한 폭로전으로 전당대회 판 자체를 흐리고 있다”며 “사퇴할 용의가 없는가”라고 압박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동아일보 이종승 기자



▲동아일보 이종승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