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리뷰]‘살아있는 전설’의 짜릿한 랩

동아일보 입력 2010-07-13 03:00수정 2010-07-1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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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넘의 ‘리커버리’
미국의 슈퍼스타라도 한국 음반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지만 백인 래퍼 에미넘(38·사진)은 세일즈 파워를 지닌 몇 안 되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그만큼 에미넘의 랩 실력과 카리스마는 장르와 나라를 초월해 세계 음악 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디트로이트의 가난한 백인이었던 그가 인생역전을 할 수 있었던 건 프로듀서 닥터 드레를 만나면서부터다. 힙합계의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닥터 드레가 총괄 프로듀서로 활약한 앨범의 주인공이 이제껏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백인 래퍼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음악계와 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 안에 담긴 에미넘의 가공할 랩 실력과 재치 있고 뛰어난 가사는 당혹감을 이내 엄청난 찬사로 바꿔버렸다.

첫 앨범으로 주목받는 신예가 된 에미넘은 이후 발표하는 앨범 모두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가 주연한 자전적 영화 ‘8마일’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최고의 스타로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그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래퍼 프루프의 총격 사망 사건과 음악생활에 대한 권태가 겹치면서 오랜 칩거에 들어간 것이다. 그렇게 약 5년간의 공백기 끝에 에미넘은 지난해 앨범 ‘릴랩스’를 통해 자신의 음악인생 제2장을 성공적으로 시작했고, 최근 6번째 정규 앨범인 ‘리커버리’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발매 2주 만인 현재까지 미국에서만 100만 장이 팔렸고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2주 연속 1위에 오르고 있다.

이 앨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이례적으로 여러 프로듀서가 참여했다는 점이다. ‘8마일’ OST 앨범에서부터 프로듀서로도 빛을 발한 에미넘은 그동안 닥터 드레가 아니면 자신이 주로 프로듀싱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레이블 외부 인사와의 작업을 시도했다. 더욱 중요한 건 각자 개성이 뚜렷한 프로듀서들이 참여했음에도 모든 곡이 유기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에미넘 특유의 다소 어둡고 진중한 분위기의 비트에서 크게 궤를 달리하지 않으면서도 각 프로듀서 고유의 스타일이 적절하게 스며들었다. 이러한 특징은 공간감이 탁월한 리듬부와 웅장한 멜로디의 구성이 돋보이는 첫 싱글 ‘낫 어프레이드’를 비롯해 한때 ‘여자 에미넘’으로 불릴 정도로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였던 핑크가 피처링한 ‘원트 백 다운’, 블랙 사바스의 명곡 ‘체인지스’를 샘플링해 힙합으로 재구성한 ‘고잉 스루 체인지스’ 등에서 드러난다. 특히 그의 랩에서 종종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 됐던 전처 킴에 대해 공격하는가 싶더니 마지막에 뒤통수를 때리는 짜릿한 반전이 숨어있는 ‘25 투 라이프’는 앨범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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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넘은 이미 힙합 전설의 반열에 올랐지만 안일한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실험과 변화를 감행하며 수많은 래퍼 지망생과 힙합 키드들에게 음악적인 역할모델이 되고 있다. 앨범 ‘리커버리’는 에미넘이 왜 슈퍼스타이자 금세기 최고의 래퍼인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강일권 흑인음악 웹진 ‘리드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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