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한 동지들의 부인과 재혼하라”

동아일보 입력 2010-07-12 21:04수정 2010-07-1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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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원들은 전사한 동지들이 남기고 간 부인들과 재혼할 것."

최근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이와 같은 희한한 지시를 산하 조직원들에게 내렸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12일 보도했다. 이 지시는 공문처럼 문서화돼 내려진 것이 아니라 조직원들 사이에 구두로 전해지고 있다.

지시의 의도를 놓고 많은 테러전문가들은 저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알 카에다가 약화됐음을 보여 준다"는 견해와 "알 카에다가 교활하게 진화하고 있다"는 식의 완전히 상반된 견해가 대립하기도 한다.

이라크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이라크의 테러리스트: 그들의 전략과 전술'라는 저서를 펴낸 말콤 낸시 전 미 정보국 요원은 "이 지시는 알 카에다가 자살폭탄테러 공격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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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에다가 외부에서 이라크에 잠입하자마자 자살폭탄테러를 했던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이제는 결혼생활을 영위하면서 부족 내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찌됐든 아주 긍정적이고 희망이 보이는 지시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다른 유명 반 테러 전문가인 브리안 피쉬맨 씨는 훨씬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는 최근 이라크 알 카에다의 주요 간부들이 죽거나 체포돼 조직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하달된 이러한 지시는 보다 장기전을 감안한 것으로 크게 우려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피쉬맨 씨는 "알 카에다가 수천수만의 과부와 고아들에게 잠입하게 되면 '예비 순교자'들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면서 "먼 미래까지 내다봤을 때 이들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전해져 폭력이 세대를 이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익명의 알 카에다 조직원에 따르면 지시가 하달된 이후 3주 사이에 바그다드 서쪽 비얄라 주에서만 알 카에다 조직원과 사망한 조직원의 부인 사이에 이뤄진 결혼이 70쌍 정도 된다고 한다. 알 카에다 조직원들 사이에서도 결혼에 대한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어떤 조직원은 3, 4명의 부인을 갖고 있는 가하면 어떤 조직원은 미국 및 동맹국과 싸우기 위해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미혼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생활을 고집하다 지시가 하달된 뒤 한 미망인과 결혼했다는 알카에다 조직원 이베 하싼 씨는 "내가 아내를 얻은 것은 그녀를 굳세게 하고 이슬람 성전에 뛰어든 남편의 투쟁을 지지성원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직원인 마무드 알 자이디 씨는 "비얄라 주도인 바쿠에만 315명 정도의 미망인들이 있다"면서 "목숨을 바쳐 적들과 싸우다 순교한 동지의 부인과 결혼하는 것만큼 성스러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자폭테러로 사망한 다른 조직원의 미망인과 결혼하는 등 3명의 아내가 있었는데 이번 지시를 전해 받은 뒤 곧 또 다른 미망인과 결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6년에 남편이 미군 순찰대를 공격하다 사망했다는 움 아바다 씨는 최근 맞선을 한번 밖에 보지 못한 알 카에다 조직원과 재혼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상대가 이슬람 정신에 투철한 것을 보니 그의 도덕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그러한 전사와 결혼하는 것은 모든 여성들의 바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순교자들의 미망인들과 결혼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대해 알 카에다 간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과거 지방 알카에다 책임자로 활동했던 하싼 알 마지미 씨는 "이번 조치로 조직원들 사이의 정보와 연락이 훨씬 용의해질 것과 동시에 알 카에다는 훨씬 안전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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