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지하철 36년간 35차례 ‘역이름 개명’… 사연도 가지가지

동아일보 입력 2010-07-12 03:00수정 2010-07-1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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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주민 탄원형 인터넷 투표로 ‘성내’ → ‘잠실나루’
② 정책 변화형 동대문운동장 → ‘∼역사문화공원’
③ 시대 반영형 ‘가리봉’이 ‘가산디지털단지’ 로


“30년 역사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을까….” 올해로 오픈 30주년을 맞은 서울지하철 2호선 성내역. 서른 살 먹은 이 역은 다음 달 말 ‘잠실나루’라는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단다.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다음 역은 성내, 성내역입니다. 내리실 문은…”이라는 안내 방송을 바꾸는 것부터 출입구 앞 ‘성내’라 적힌 기둥(사인폴)도 뽑아야 한다. 서울시 교통정책과가 잡은 개명(改名) 예산만 약 1억 원 수준이다. “일을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성내역을 비롯한 그동안 지하철역 개명 과정 속에는 저마다 사연이 숨어 있다.

○ 역 개명에 인터넷 투표까지

성내역 인근 주민들이 30년 된 ‘성내’를 버리겠다고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년 전부터. 행정구역상 이 지역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과 잠실동 부근이다. 그간 주민들은 성내라는 역 이름이 지역과 상관없고, 강동구 성내동과 혼란을 줄 우려가 있음을 송파구에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 송파구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투표를 했다. 개명에 찬성하냐는 설문에 84.2%가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잠실나루, 송파나루, 동(東)잠실 등 3개 후보 중 투표를 해 최종적으로 잠실나루로 바꾸자는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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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개명은 전문가 10명으로 이루어진 서울시 지명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역 개명에 2년이나 걸린 것에 대해 신용목 서울시 교통정책담당관은 “지역 주민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며 “의견을 모으다 보니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7호선 뚝섬유원지역도 원래는 자양역이었지만 주민들이 뚝섬유원지가 더 알기 쉽다며 개명을 요청해 변경된 사례다.

그러나 모든 역 개명 과정이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정책에 의한 역 개명은 비교적 빠르다. 중구와 동대문구의 중심지였던 2, 4, 5호선 동대문운동장역이 대표적. 이 역은 최근 서울시가 동대문운동장을 헐고 그 자리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자 더는 ‘동대문운동장’이라는 이름이 필요 없게 돼 지난해 12월 역 이름이 바뀌었다. 정책이 변화할 때마다 역 이름이 바뀐 경우도 있다. 5호선 김포공항역은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서기 전까지 영어명이 ‘김포 인터내셔널 에어포트’였으나 국제선 업무가 인천공항으로 넘어가자 2001년 ‘김포 에어포트’로 바뀌었다. 그러나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 노선이 생기자 2004년 다시 ‘인터내셔널’을 넣어야 했다.

○ 역 이름 하나로 동네 이미지가 바뀌어

1974년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이래 36년간 지하철역 이름이 바뀐 것은 총 35차례. 개명에 대한 지명위원회 입장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서울대로부터 1.5km 떨어진 서울대입구역이나 서초동과 역삼동 자리에 있는 강남역은 ‘뜬금없다’며 개명 대상 1호로 꼽히지만 이미 그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됐기에 “되도록 바꾸지 말자”는 결론이 났다.

1∼8호선 역 개명 리스트를 받아 살펴본 결과 가장 많은 역 개명 사유는 ‘시대 변화에 따른 이미지 쇄신’이었다. 과거 공장 밀집 지역이었던 구로공단역이 2000년 이후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들어서면서 ‘IT 밸리’를 형성하자 2004년 ‘구로디지털단지’로 바뀐 것이 대표적 사례. 가리봉역이 가산디지털단지로 바뀐 것도 같은 예다. 원래 지하철역 이름에는 영어나 약자가 들어갈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이미지를 주기 위해 역 이름이 길어지더라도 영어를 한글로 쓰는 것이 최신 유행처럼 여겨진다. 지난해 6호선 수색역 개명 과정 때도 ‘가재울’, ‘수색증산뉴타운’ ‘상암DMC’ 등 후보가 많았으나 디지털미디어시티역으로 최종 선정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역 개명은 1∼4호선보다 5∼8호선 등 최근 지어지는 역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이진우 서울시 교통정책 주무관은 “과거엔 정부 주도하에 역 이름이 바뀐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구나 시에 의견이나 주장을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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