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군수의 ‘깜짝 승진시험’

동아일보 입력 2010-07-10 03:00수정 2010-07-1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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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민화합 대책은… 여주8경을 쓰시오…”

“로비척결” 5급대상자 소집
일부선 “쇼 아니냐” 지적도
8일 오전 9시경 경기 여주군청에 근무하는 6급 공무원 32명에게 난데없는 ‘소집령’이 내려졌다. 이들은 모두 5급 사무관 승진 자격을 갖춘 직원이었다. 이들을 불러 모은 사람은 1일 취임한 김춘석 여주군수(60·사진). 김 군수는 대회의실에 모인 직원들에게 깜짝 발표를 했다. “지금부터 승진시험을 보겠습니다.”

순간 대회의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잠시 뒤 곳곳에서 술렁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 군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답안지로 쓸 B4용지를 나눠줬다. “자, 이제부터 문제를 부르겠습니다. 잘 적으세요.” 그가 낸 문제는 △여주군민이 화합과 단합을 못하는 이유와 대책은? △여주군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와 대책은? 단 규제는 제외 △전임 군수 시절 군정방침은 무엇인가 △아름다운 여주8경은 무엇인가 등이었다.

50분의 시간이 지나고 직원들은 답안지를 제출했다. 뒷장까지 빼곡히 적은 직원이 있는가 하면 문제마다 한두 줄 정도 쓰는 데 그친 직원도 있었다. 시험을 치른 한 직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조금은 당황스럽다”며 “승진자 결과가 나와 봐야 되겠지만 일단 새로운 시도여서 기대는 된다”고 말했다.

김 군수가 이날 ‘깜짝 시험’을 치른 이유는 취임 후 끊이지 않은 인사로비 때문이다. 여주 출신인 그는 “친인척부터 퇴직 공무원까지 시도 때도 없이 인사로비를 받았다”며 “어떤 직원이 일을 잘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라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주에서 25년 이상 공무원으로 일했으면 여주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시험결과를 승진자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 사회에서는 “참고자료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승진자를 정하는 것은 쇼 성격이 있는 것 같다”며 “외부에 여주가 화합을 못하는 지역으로 비칠 수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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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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