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강의]자살 예방활동 더는 늦출 수 없다

동아일보 입력 2010-07-10 03:00수정 2010-07-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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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자살건수가 20%나 증가했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지난달 말에는 또 한 사람의 유명 연예인이 자살했다고 언론이 떠들썩했다. 국내 자살률(10만 명당 28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나 국민은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렇듯 심각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활동은 지지부진했다. 왜 그럴까. 일반 국민의 생명경시 풍조와 자살 심각성 인식의 실패 내지 부정(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정부 시책에서의 낮은 우선순위를 들 수 있으나 무엇보다 자살 실태와 원인에 대한 기초연구 자료가 없었다는 점도 큰 이유였다.

최근 전홍진 조맹제 교수가 국민 6만5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살행동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의 15.2%가 자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그중 3.2%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자살 시도는 계획에 의해(2%) 또는 충동적으로 이뤄진다(1.2%). 자살 시도자 대부분은 1, 2년 동안 자살하겠다고 고민했다는 점으로 미뤄 도움의 손길을 기다렸음을 알 수 있다. 예방 차원에서 참조할 소견이다.

계산해 보면 자살 시도자 110명 중 1명이 자살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살 시도자의 극히 일부만 자살에 성공한다는 뜻이다. 특히 여성은 자살 시도는 많으나 사망률은 남성보다 낮다. 남성은 자살 시도는 적으나 자살 방법이 좀 더 치명적임을 알 수 있다.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은 그만큼 절망적이고 고통이 크며 재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살 예방을 위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치료, 상담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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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를 보면 자살 시도자에게는 가족 갈등, 경제 문제, 이혼, 별거, 질병 등의 원인이 있었다. 이는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라기보다 견디기 힘든 고통과 스트레스 요인이다. 이겨낼 능력과 정서적 지지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때 자살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성공적(?) 자살은 절망과 무기력 상태에 빠진 사람이 누구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없구나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자살의 원인을 보면 상황적, 개인심리적, 정신의학적, 사회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따라서 예방활동도 다양하고 다변화할 수밖에 없다.

1차적 예방으로 부모가 자녀의 정신적 강인함, 인내력, 분노 조절능력, 사회성을 길러주어야 한다. 물질 만능과 성취 위주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생명의 소중함과 정신적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회복시켜야 한다. 인생엔 고통과 어려움이 있게 마련이므로 이를 이겨 나가는 과정이 바로 삶이요, 인격 성장의 기회임을 받아들이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와 함께 가정의 붕괴 현상에 제동을 걸고 가족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

또 우울증 약물중독 등 정신과적 장애를 가진 사람, 심한 가족 갈등이나 이혼 별거 경험이 있는 사람 등 자살 위험성이 높은 사회계층을 따뜻하게 감싸는 사회분위기가 중요하다. 의학적 측면에서는 자살 시도를 했던 사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심각한 질병으로 판명된 사람을 위한 적극적 치료와 상담 활동이 필요하다.

자살 예방활동은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하므로 어느 단체나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범국민적이고 범정부적으로 잘 기획된 운동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획기적 정책과 대규모 예산 지원이 요망된다. 대다수의 선진국은 자살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를 예방하는 정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여기에 막대한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는 증가 일로의 자살률을 안타깝게 바라만 봐야 할 것인가. 더욱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전개할 시기다.

홍강의 서울대 명예교수·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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