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日대사 돌멩이 피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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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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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 참석한 독도단체 대표 “세차례나 항의 편지, 답변없어”
통역 日서기관 부상… 대사는 피해없어

김기종 씨가 던진 돌덩어리. 길이가 10cm를 넘는 휴대전화와 크기가 비슷하다.전영한 기자
김기종 씨가 던진 돌덩어리. 길이가 10cm를 넘는 휴대전화와 크기가 비슷하다.전영한 기자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주한 일본대사가 강연 도중 독도단체의 대표에게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라고 밝힌 김기종 씨(50)는 7일 오후 7시 20분경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한일문화교류회의와 (사)한일미래포럼 주최 주한 일본대사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시게이에 대사에게 지름 10cm 크기의 돌덩어리를 던졌다.

김 씨는 ‘한일 신시대: 공동번영을 지향하며’라는 시게이에 대사의 강연이 끝난 직후 사회자에게 발언권을 얻은 뒤 “그동안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대사관에 세 차례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었다. 이 자리에서 대사께 직접 편지를 전달하겠다”며 단상을 향해 걸어 나갔다.

김 씨는 단상 앞 약 5m 지점에 이르자 갑자기 주머니에서 돌덩어리를 꺼내들더니 “야 이 ○○야, 죽어라”라며 시게이에 대사를 향해 던졌다. 대사는 급히 몸을 피했고 돌덩어리는 연설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그러자 김 씨는 이를 주워 출입구로 피신하는 대사를 향해 다시 던졌다. 시게이에 대사는 돌에 맞지 않았으나 통역을 맡은 일본대사관의 호리에 마유미 서기관(여)이 이 돌에 왼쪽 손등을 맞아 부상했다. 호리에 서기관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다.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 씨(가운데 수염 난 사람)가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강연을 마친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에게 돌덩어리를 던진 뒤 주최 측 사람들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 씨(가운데 수염 난 사람)가 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강연을 마친 시게이에 도시노리 주한 일본대사에게 돌덩어리를 던진 뒤 주최 측 사람들에게 끌려 나가고 있다.
김 씨는 일본대사관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강연장을 빠져 나가는 대사를 뒤따라가며 방청석을 향해 “당신들, 한국인이라면 어서 저놈을 죽이자”고 외치다 주최 측에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김 씨는 경찰에 연행되면서도 “안중근처럼 그 ○○ 죽여 버리고 역사에 남고 싶었는데 못했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김 씨가 소동을 벌일 당시 일본신문사와 방송사의 서울특파원 10여 명도 현장에서 이 모습을 취재했다.

김 씨는 독도의 주소인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38번지로 주소를 옮긴 사람들이 모여 만든 ‘우리마당 독도지킴이’의 ‘대장’직을 맡고 있다. 올해 2월 일본대사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독도는 일본의 영토”라는 주장이 실려 있는 것에 항의하는 진정서를 외교통상부에 전달하고, 일본대사관에는 ‘다케시마 문제 삭제요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사고 직후 시게이에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하고 유감을 표시했다. 2007년 8월에 부임한 시게이에 대사는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이달 말경 귀국할 예정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김 씨를 폭력행위 등의 혐의로 입건 조사 중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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