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인연… 여유… 한국정서가 춤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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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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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소설 원작 ‘벽오금학’ 무대 올리는 안무가 홍승엽 씨

안무가 홍승엽 씨. 홍진환 기자
안무가 홍승엽 씨. 홍진환 기자
“‘벽오금학도’의 밑뿌리만 가져와서 다른 나무를 키워봤습니다. 소설 ‘벽오금학도’를 그대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제 안의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목도 ‘도’를 뺀 ‘벽오금학’입니다.”

안무가 홍승엽 씨와 소설가 이외수 씨가 만난다. 홍 씨는 동양적 선의 세계와 인연의 힘을 그려낸 소설 ‘벽오금학도’를 춤 ‘벽오금학’으로 탈바꿈시켜 9, 10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선보인다.

‘벽오금학도’는 어린 시절 선계의 마을인 오학동에서 며칠을 보낸 뒤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소년 강은백이 신선이 준 그림 ‘벽오금학도’를 지니고 다시 오학동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이야기. 오학동은 대상에 아름다움을 느끼면 자아가 대상과 합일돼 만물에 존재할 수 있는 ‘편재(遍在)’의 세계다.

홍 씨는 ‘아큐정전’을 소재로 한 ‘아큐’, 희곡 ‘에쿠우스’를 소재로 한 ‘말들의 눈에는 피가…’ 등 문학작품을 자주 활용해왔지만 한국작가의 장편을 원작으로 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찾은 서울 광진구 능동 댄스씨어터온 연습실에서는 구석에 앉아 붉은 실뭉치를 정리하는 단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붉은 실은 홍 씨가 소설의 복잡다단한 줄거리를 추상화하기 위해 가져온 모티브다. 작품 첫 장면, 무용수들은 인연을 상징하는 이 실로 서로의 몸을 얽은 채 느릿느릿 움직인다. 연극적 성격이 강한 작품 전반부가 지나면 후반부 30여 분은 오로지 춤만 펼쳐진다. 피날레의 배경음악은 의아하게도 헨델의 음악이다. 홍 씨는 “가장 춤을 추기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관객들이 춤 자체에 빠져들어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그래서 공연장 자체가 오학동으로 변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 씨는 이 책을 출간 당시인 1992년경 읽었다.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이 작품을 다시 꺼내든 것은 지난해 말. “하고 싶은 것이 뭔지 계속해서 자문하다 보니 그들(서양)이 갖고 있지 않은, 우리만의 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연을 귀하게 여기는 소박함, 여유, 만물에 자신을 이입할 수 있는 감수성, 그런 한국적 정서의 핵심을 담은 작품이 ‘벽오금학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을 만들기 전 이외수 씨와 e메일을 주고받았고 올해 3월에는 직접 이 씨가 사는 강원 홍천군 감성마을을 단원들과 찾았다. 하지만 이 씨가 작품을 어떻게 볼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서로 영역이 다르다. 독립적인 작품”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 대신 연습실 옆 게시판에는 이 씨가 직접 특유의 목저체(나무젓가락으로 쓴 글씨)로 써서 선물했다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관람하는 순간 모든 이들이 선계(仙界)에 들리라.” 2만∼4만 원. 02-3436-9048, 1544-5955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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