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중소형 뮤지컬, 달라진 흥행공식

동아일보 입력 2010-07-08 03:00수정 2010-07-08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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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감동’ 대신 내면묘사-무게감 강조… SF적 상상력 도입도
남자들의 우정을 서정적으로 풀어낸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라이프’. 사진 제공 오디뮤지컬컴퍼니
월드컵 때 숨죽였던 뮤지컬 시장이 슬슬 기를 펼 양이다. 때마침 연말과 어깨를 겨루는 성수기, 여름이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7, 8개 대극장 작품이 한꺼번에 올랐던 지난해 여름과 달리 올해 대극장 작품은 ‘키스 미 케이트’(국립극장 해오름극장·7월 9일∼8월 14일)와 ‘잭 더 리퍼’(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7월 22일∼8월 22일) 정도다.

그 대신 중·소극장에 작품이 포진했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동숭아트센터 동숭홀·7월 13일∼9월 19일), ‘톡식 히어로’(KT&G상상아트홀·8월 14일∼10월 10일), ‘베로나의 두 신사’(세종문화회관 M시어터·7월 17일∼8월 28일) 등이 중극장에서 공연된다. ‘치어걸을 찾아서’(대학로 아티스탄홀·7월 23일∼9월 18일)와 ‘달콤한 인생’(대학로 예술마당 4관·7월 14일∼12월 31일)은 소극장 뮤지컬이다. 작년까지의 ‘여름=대형 쇼 뮤지컬’ 공식이 무색해지는 ‘작은 뮤지컬’의 약진으로 부를 만하다.

○ ‘웃음+감동’은 그만

주목할 부분은 이런 ‘작은 뮤지컬’들이 기존의 교과서적 작법을 배반한다는 것. 중·소극장에서 롱런해온 작품은 대개 ‘전반부는 웃음코드 배치, 후반부는 아주 무겁지 않은 감동’에 맞춰 전개됐다. 내용도 에피소드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대중에게 먹히는 안정적인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여름 뮤지컬은 이 전형을 비켜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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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남자배우 2명만 등장한다. 세트도 책꽂이, 테이블, 의자가 전부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오랜 지기인 서점 주인과 30년에 걸쳐 나눈 우정을 보여주는, 기존 뮤지컬과 비교하면 ‘심심한’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신춘수 씨는 “차분하게, 서정적으로 남자들의 내면을 짚을 것”이라면서 “작품을 보면서 관객이 생각을 깊이 하도록 하자는 의도”라고 말했다.

‘달콤한 인생’의 원작이 된 TV드라마는 불륜 관계를 다루되 치밀한 심리 묘사로 풀어서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았다. 대본을 맡은 이희준 작가는 “사건 위주로 보여주기는 어려운 작품인 만큼 노래와 춤 등 뮤지컬만의 특성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베로나의 두 신사’는 노래 비중을 줄이는 대신 대사의 무게감을 강조한다. 셰익스피어 희곡이 원작인 만큼 남녀의 얽힌 사랑을 평이하게 풀지 않고 대사의 시적인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낯선 상상력으로 승부하다

기성 뮤지컬에 반기를 드는 SF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도 있다. ‘톡식 히어로’는 유독성 물질 통에 빠져 녹색 괴물로 변한 주인공이 환경오염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막이 올랐을 때 개성 있는 B급 정서로 화제가 됐던 작품을 라이선스 뮤지컬로 선보인다.

‘치어걸을 찾아서’는 전염병으로 여자들 대부분이 죽어버린 미래를 배경으로 삼았다. 여자들이 따로 모여 사는 섬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해적들이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연출자 송용진 씨는 “로맨틱 코미디가 된다 싶으면 다들 그런 작품만 만들고, 무비컬이 된다 하면 다들 무비컬만 만드는 획일적인 창작 뮤지컬 시장에 이 작품이 새로운 모습을 제시할 수 있기 바란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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