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원형 남아있는 티베트 인문학 연구에도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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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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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어 사전 펴낸 전재성 씨

3만7000 낱말-정보 수록
“달라이 라마 전기 등 관련서
영문판 번역으로 오류 많아”

“부처님 말씀을 듣기 위해서라면 어려운 티베트어도 꼭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전재성 한국팔리성전협회장. 민병선 기자
“부처님 말씀을 듣기 위해서라면 어려운 티베트어도 꼭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전재성 한국팔리성전협회장. 민병선 기자
“초기 불교의 원형을 공부하려면 티베트어를 알아야 합니다.”

최근 국내 첫 티베트어 한글사전을 펴낸 전재성 한국팔리성전협회장(57)은 사전 출간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팔리성전협회는 2500여 년 전 부처님 생존 당시의 언어인 팔리어를 연구해 초기 불경을 번역 출간하는 곳이다. 협회는 1882년 영국에서 처음 생겼으며 미국 일본 호주 등 10여 개국에 협회가 있다. 한국 협회는 1997년 설립됐다.

팔리어를 연구하던 그가 왜 티베트어사전을 발간하게 됐는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8세기부터 인도 불교가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슬람의 침입으로 13세기에 이르면 인도의 많은 스님이 초기 경전을 들고 티베트로 넘어갔습니다. 인도에는 없는 경전들이 티베트에 있습니다. 티베트는 경전의 보고입니다.”

그는 “국내에 달라이 라마 전기 등 티베트 관련 책이 많이 나오지만 잘못된 영문판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 많다”며 “지명 표기를 제대로 아는 데에도 이 사전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베레스트 산을 뜻하는 티베트어 ‘초모랑마’는 ‘조모랑모’로, 라싸의 달라이 라마 궁전인 ‘포탈라’도 ‘뽀딸라’로 써야 현지 표현에 가깝다고 예를 들었다.

이번에 출간된 사전에는 총 3만7000여 개의 어휘를 수록했다. 한반도 면적의 6배인 티베트에 방언이 많아 라싸의 말을 표준어로 삼았다. 의학용어 등 전문용어는 포함하지 않았지만 발음기호와 사성(四聲)표기 체계가 정리돼 있어 고전 티베트어 해석에도 사용할 수 있다. 간단한 티베트어 회화와 달라이 라마의 계보 등 티베트 역사도 첨부했다.

“티베트는 인류 문화의 보고입니다. 네팔과의 전쟁을 기록한 세계에서 가장 긴 서사시 ‘게사르 전기’는 인문학적으로 중요한 연구과제입니다. 이 사전이 티베트로 가는 문을 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티베트어는 사성이 있어 중국어와 유사하면서도 한국어나 일본어처럼 접사를 많이 사용하는 교착어적인 특징도 있다. 그는 “티베트어는 음성체계와 어법이 복잡해 그동안 여러 명이 사전 발간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며 “20여 년 전부터 발간을 구상해오다 3년 전부터 본격 작업에 들어가 성과를 이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수행 중인 티베트인 텐진 짐바 스님도 사전 편집에 참여해 도움을 줬다.

그는 사전 발간을 위해 중국의 티베트 자료를 많이 활용했다. 이를 위해 중국어를 새로 공부하기도 했다.

“중국은 자치구로 설정한 티베트의 문화유산을 잘 정리해 놨더군요. 그들은 티베트의 문화가 언젠가 훌륭한 문화자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대 초 독일 본대학에서 인도학과 티베트학을 공부했다. 이후 중앙승가대, 한국불교대 교수를 지냈다.

“팔리어나 산스크리트어로 된 초기 불경을 공부하는 스님들이 자료의 빈곤함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티베트어로 번역된 팔리어 경전은 초기 불교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는 국내에서 낯선 티베트어 사전을 내며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자금 부족으로 사전을 미리 구입할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 책을 냈고 컴퓨터가 티베트어 글꼴을 인식 못해 오류가 나 몇 번이나 원고를 날리기도 했다.

“그래도 성공적으로 나온 사전을 보니 뿌듯합니다. 불경 공부의 길로 무소의 뿔처럼 꿋꿋하게 가야죠.”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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