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환경청 구내식당 ‘음식쓰레기 제로’ 도전기

동아일보 입력 2010-07-07 03:00수정 2010-07-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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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시키고… 벌금 물리고… 그릇크기 줄였더니…

1人 잔반 ‘기적의 8g’
“○○횟집이죠?”(손님) “그런데요.”(식당 주인)

“오늘 저녁에 가기로 예약한 사람인데요. 상 차리실 때 반찬은 반만 담아 주시고요. 반찬 중에 김치 완두콩, 채소 중에 오이 당근은 빼주세요. 마늘이랑 풋고추는 접시 말고 작은 항아리에 담아 주세요. 저희가 덜어 먹을게요.”(손님)

“예? 뭐라고요?”(황당해하는 식당 주인)

횟집 주인을 의아하게 만든 이 유별난 손님들은 낙동강유역환경청(낙동강환경청) 환경감시단 소속 직원이었다.○ 음식물 쓰레기 없앤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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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천정부청사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식기를 반납하고 있다. 청사는 최근 ‘그린존’과 ‘레드존’시스템을 도입해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사람들은 그린존에서 줄을 서지 않고 먼저 식기를 반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제공 환경부
낙동강환경청은 환경부가 올 3월부터 소속 산하기관 12곳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서 쓰레기를 ‘제로(0)’에 가깝게 줄이는 데 성공해 환경부 내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140여 명은 음식물 쓰레기를 없애겠다며 ‘독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가장 강력한 방법은 ‘경쟁’이었다. 구내식당에 부서별로 잔반통을 가져다 놓고 어떤 부서의 잔반이 가장 많은지 실적을 공개했다. ‘부서별 잔반 실명제’를 도입한 셈이다. 경쟁적으로 잔반이 줄었다. 경쟁은 회사 밖에서도 이어졌다. 회식 자리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가장 적게 남긴 부서를 뽑는 회식 사진 콘테스트를 벌였다. 횟집에서 회식을 한 환경감시단 직원 12명은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한 과정을 사진으로 소개해 1등을 차지했다.

둘째는 강한 벌칙. 식당에 잔반 무게를 다는 저울을 설치했다. 1인당 20g을 넘기면 500원씩 벌금을 받았다. 셋째는 철저한 준비. 식당에선 하루 전에 미리 출장자, 휴가자를 파악해 딱 먹을 만큼만 조리했다. 식재료 구입 시엔 미리 다듬은 재료를 사들여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없앴다. 넷째는 그릇 크기 줄이기. 국그릇을 지름 15cm 크기에서 12cm로 줄였다. 이에 맞춰 국자도 작아졌다. 잔반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국물이 많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다섯째는 소통이었다. 매주 금요일 일주일 치 식단을 미리 공개한 뒤 직원들이 싫어하는 메뉴를 뺐다.

이성희 낙동강환경청 주무관은 “지난달 식당에서 나온 잔반은 하루 800g 정도에 불과했다”며 “직원 100여 명이 하루 한 끼 점심 때 식당을 사용하고 있으니 1인당 음식물 쓰레기가 8g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국민 1인당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100g)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 정부청사 3곳, 음식물 쓰레기 감량 나서

정부는 4월 말부터 이 같은 방법을 정부청사 전체에 도입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경기 과천, 대전에 있는 3곳의 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하루 평균 1320kg의 음식물 쓰레기를 발생시켜 왔다. 1인당 발생량은 144g으로 국민 1인당 평균 발생량보다 40%나 많았다.

환경부가 대책 수립과 실적 측정을, 행정안전부가 이행과 점검을 각각 맡았다. 3개 청사 식당에 △다듬어진 식자재 구입 △메뉴 개선 △식판 대신 접시 사용 △퇴식구 이원화 등의 제도를 시행했다.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이용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식당 환경을 개선하고 음식값을 500원 낮추는 ‘당근’도 함께 제시했다.

백규석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정부청사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20% 이상 감량하면 연간 약 2억6000만 원의 낭비를 막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23t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며 “정부청사에서 효과를 확인한 만큼 이들 대책을 일반 기업 식당, 고속도로 휴게소 등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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