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1억 기부 천안함어머니, 작은성금 받아주세요”

동아일보 입력 2010-07-06 03:00수정 2010-07-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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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직원들 830만원 모아
없는새 익명으로 놓고가
윤청자 씨 2함대에 전달
2일 충남 부여군에 있는 천안함 46용사 중 한 명인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씨 집으로 보내진 돈 뭉치와 편지. 이미지 기자
“여기, 고 민평기 상사 댁이죠? 심부름 왔는데요.”

2일 장대비를 뚫고 택시 한 대가 충남 부여군에 있는 천안함 46용사인 민평기 상사의 시골집 앞에 도착했다. 어머니 윤청자 씨(67)가 서울아산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가 집을 비운 사이 혼자 집을 지키고 있던 둘째 아들이 차에서 내린 젊은 여성을 맞았다. 이 여성은 윤 씨 아들에게 하얀 봉투를 건넸다. 천안함 폭침사건 뒤 동네 지인들이 음료수나 음식을 놓고 가는 일이 잦았기에 아들은 별 생각 없이 봉투를 받았다.

몇 시간 뒤 아들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상대는 “돈을 잘 받으셨느냐”고 물었다.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며 놀란 아들은 그제야 봉투를 뜯었다. 정관장 캡슐이 담긴 상자와 연두색 종이로 싼 1000원, 1만 원짜리 돈다발이 나왔다.

2일 서울에서 자고 3일 국립대전현충원 100일제까지 마친 뒤 그날 오후 부여군 집으로 돌아온 윤 씨는 돈뭉치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총 830여만 원이었다. 지폐 옆으로 놓인 하늘색 편지봉투 안에는 정성스레 쓴 편지 3장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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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윤청자 여사님께. 저희들은 경기도에서 조그만 중소기업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입니다…얼마 전 TV를 통해 여사님께서 (천안함 폭침사건 포상금으로 받은) 1억 원이라는 거액을 나라를 위해 써달라고 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저희는 큰 회사도 아니고 직원들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고귀한 마음에 어떤 형태로든 조금이나마 부응해드리고자 직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여사님께 보내드리는 성금을 모았습니다…액수도 많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워 회사 이름을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윤 씨는 이틀 뒤인 5일 오전 일찍 부여 집을 나섰다. 먹먹한 마음을 안고 윤 씨가 향한 곳은 경기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 죽은 아들이 근무했던 곳이다. “내 이렇게 황송한 돈을 어찌 쓰겠나. 고생하는 군인에게 보탬 되게 써주소.” 윤 씨는 연두색 종이봉투에 고스란히 싼 830여만 원을 편지 복사본과 함께 제2함대에 전달했다. 윤 씨는 “정관장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 매일 먹고 있다”며 “잘 먹어서 힘이 난다. 고맙다”고 이름 없는 기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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