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수사착수]“공권력에 눌려 참담한 일 당해 분통”

동아일보 입력 2010-07-06 03:00수정 2010-07-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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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된 후 총리실선 연락 한번 안와”

■ 사찰 피해 김종익씨 인터뷰

“대통령 명예훼손 의도 없어
靑서도 ‘관련자 조치’ 전화
잔인할 정도로 집요한 조사
수사통해 전말 밝혀져야”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져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루빨리 잃어버린 명예를 회복하는 등 이 사건이 일어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피해 당사자인 김종익 씨(56)는 5일 동아일보와 전화 및 e메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불법 사찰 이후 공황상태에 놓여있는 자신의 심리상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김 씨는 “불법 사찰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아 힘들었다”며 “오히려 정신적 착란 증상이 있는 사람으로 의심하면서 기피하는 세태가 슬펐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과 이 일로 충격을 받고 돌아가신 스승과 한쪽 귀가 멀기까지 한 가족을 생각하면 분하고 원통한 심정은 끝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평범한 생활인인 나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려야 할 만큼 잔인할 정도로 집요하게 조사를 해야 했던 이유가 꼭 밝혀져야 한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불법 사찰이 이뤄진 이유를 규명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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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터뷰에서 올 2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온 사실도 밝혔다. 김 씨는 “A 행정관이 ‘헌법소원 내용이 사실인 것 같다’며 ‘국무총리실에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사람들을 조사해 조치하고자 한다‘는 취지로 연락을 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국회에서 불법사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이후 단 한 차례도 김 씨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고 김 씨는 증언했다. 그는 “총리실이 ‘진상을 파악하겠다’는 말을 들은 이후 어떤 형태로든 그쪽에서 연락을 해오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연락이 없었다”며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총리실 관계자의 일방적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인터뷰 도중 본보 기자에게 지난해 2월 동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 제출한 최종 진술서를 e메일로 보내왔다. 그는 진술서에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없었다”며 “대통령에 대한 관심은 대의민주주의에 따라 주권자가 가지는 관심 정도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김 씨는 어떤 정치인에게도 정치자금을 준 적이 없으며 만난 적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마치 내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핵심 멤버인 것처럼 돼 있었지만 이 부분에 대한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며 “정치권력과 거래를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닌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공권력을 행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나 같은 사람은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개미처럼 하찮은 존재일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권력의 위세에 눌려 참담한 일을 겪게 된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당시 김 씨 사건을 조사한 동작서 관계자는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당시 사건 수사에서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시 내사 단계에서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는데도 수사관을 교체한 뒤 김 씨를 명예훼손으로 불구속 기소한 것과 관련해 “발령을 앞둔 담당 수사관이 부랴부랴 사건을 처리하면서 수사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당시 참고인 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가 직접 서장에게 보완 수사를 해야 한다고 보고했다”며 “정당한 절차를 거쳐 보완수사를 한 것이지, 외압 같은 것은 전혀 없었고 윗선의 개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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